‘국제유가 하락세·2%대 소비자물가’ 마주한 한은, 5월 금통위 벌써 이목

입력 2024-05-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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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배럴당 80달러 하회·브렌트유, 80달러 초반
소비자물가, 석 달 만에 다시 2%대로 하락
“통화정책 운신의 폭 넓어져…유가 향방 중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이달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에 시장의 이목이 벌써부터 쏠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재차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대외적으로 국제유가는 하락세고, 대내적으로도 소비자물가가 석 달만에 다시 2%대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한은의 경제전망 수치 조정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월 국제유가·환율 올랐었는데 물가 2%대는 고무적”

한은은 이달 23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를 연다. 이번 금통위 회의 당일에 한은에서는 지난 2월에 이은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금통위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4월 소비자물가도 2%대로 다시 하락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4월은 중동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고,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고가 기준, 4월 평균 환율 1369.25원)까지 올랐던 시기다. 이 같은 조건 속에서 물가가 2%대로 떨어진 것은 고무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 예이츠 유전에서 지난해 3월 17일 펌프잭이 원유를 시추하고 있다. 텍사스(미국)/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0달러를 밑돈 79.0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7월물 가격 역시 80달러대인 83.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9% 상승했다. 1월(2.8%)에 2%대였으나 2·3월(3.1%) 모두 3%대를 기록했다. 석 달 만에 다시 2%대로 떨어졌다. 현 시점으로는 국제유가, 국내 소비자물가 모두 한은의 경제전망 전망치에 근접한 수준인 것이다.

한은은 올해 2월 경제전망을 통해 상반기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평균 배럴당 82달러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예상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내려온 부분이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고 있다”며 “(국제유가 하락이) 결국 한국의 수입물가를 낮추고, 소비자물가를 낮추기 시작하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4월에 환율과 유가가 오히려 올라오는 국면이었는데도 헤드라인(소비자물가)이 2%대로 내려왔다는 것은 고무적으로 본다”며 “4월달 물가만 놓고 봤을 때는 정부 정책의 영향력보다는 국내에서도 수입물가의 압력이 조금은 잡혀가는 흐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금통위 운신의 폭 넓어져”…美 탈동조화·한은 경제전망 수정도 ‘주목’

국제유가와 물가가 하향세를 보이면서 금통위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또한 미국 통화정책과의 탈동조화를 보다 더 뚜렷하게 내비칠지, 경제전망 수정폭은 클 지 등이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과일 물가와 유가 불안 등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지난달에도 농축수산물이 전체 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농축수산물은 11.7% 오르며 전월(11.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품목별로는 사과가 88% 넘게 올랐고, 배와 귤 등도 크게 뛰었으며, 유가 불안에 석유류도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만에 올라 1.2%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랐다.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금통위는 작년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 10차례(작년 2·4·5·7·8·10·11월, 올해 1·2·4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당초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위한 여러 경제적 환경 중 미국의 통화정책 피벗(통화긴축 기조 전환·pivot) 시점은 단연 화두였다.

그러나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올해 12월까지(투자은행 RBC, BOA 등) 늦춰지면서 한국과 미국간 통화정책의 탈동조화가 거론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에서 “(미국의 피벗 시점 및 횟수 관련) 기타 국가에 주는 통화정책의 영향이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금리정책에 대해서 탈동조화가 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들도 미국을 반드시 따라 한다, 안 한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물가 상승의 변화율, 환율에 대한 영향, 이런 것들을 고려해 국내 요인을 가지고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작년에 비해서 훨씬 더 커졌다”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유럽 각국의 통화정책이 한은의 금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참고로 한국 금리의 역사적 상관계수는 유럽과 0.99, 미국과 0.8”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문 연구원은 “최근 25년 기준으로 보면 유럽 통화정책과 한은 통화정책의 동조화가 더 많이 돼 있다”며 “4월에 물가가 다시 2%대로 내려 온 것은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유가가 더 하락할 지, 아니면 다시 오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달 금통위가 열리는 날 한은은 경제전망 수정치도 함께 발표한다. 올해 2월에 발표한 경제전망치는 연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1% △민간소비 1.6% △소비자물가 상승률 2.6%(근원물가 2.2%) △브렌트유가(달러/배럴) 83달러 등이다.

1분기 실질 GDP 증가율(속보치·전분기 대비)은 1.3%로 집계됐다. 시장의 예상치 0.5~0.9%를 웃도는 수준인 ‘깜짝’ 성정표였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올해 연간 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1%(2월 전망치)에서 2.4%까지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2.3%, 아시아개발은행(ADB) 2.2%를 웃도는 수치다.

신임 금통위원 참석 첫 회의…통화정책 성향도 관심

최근 임명된 이수형·김종화 금통위원은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다. 통화정책에 대한 정책 성향을 확인하는 자리다. 두 위원은 지난달 25일 임명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우선 극복 과제를 묻는 말에 간략하게 답한 바 있다.

당시 이수형 위원은 “신경을 써야 되는 관심 변수가 너무 많아서 뭐가 더 중요하다, 경중이나 완급을 언급하는 거는 좀 사전적으로는 곤란할 것 같다”며 “지금 대외적인 환경도 여러 가지 신경을 써야할 것들이 있고, 또 국내 문제와 관련해서도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민감하게 생각하시는 요인들, 구조적으로 성장 동력에 대해서 좀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황을 잘 보면서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경제가 운영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대처를 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김종화 위원은 “한은의 설립 목적인 물가 안정이라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다. 물가가 신뢰할 수 있는 완전히 목표 수준을 갈 것인가를 확보하는 게 가장 단기적인 (과제인)것이고, 가계부채 문제라든가 그다음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이 (과제로)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보면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사회도 있고,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된다는 게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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