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존중’이 대화를 성공으로 이끈다

입력 2024-04-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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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복지사 교육 모임에서 ‘그동안 사람들과 만나 대화 나누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상담 이야기를 글로 써 달라’고 요청했다. 잠시 글 쓰는 시간을 가진 후에, 결과물을 함께 읽었다. 참으로 다양한 사연이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다음 사연이 특히 눈에 탁, 하고 걸렸다.

“나는 새내기 사회복지사 시절에, 지적장애인 시설에서 일했다. 당시 지적장애인 분들과 함께 지방으로 여행을 갔는데, OO씨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바보 같아 보여도 다 알아요. 나를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순간 멍해진 나는 어떤 사회복지사가 돼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장애인이라고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자. 나는 지금도 고민한다. 어떤 사회복지사가 돼야 할지.”

역시,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는 무섭다. 어느 개인에게 이 꼬리표가 붙는 순간, 그를 둘러싼 거의 모든 비장애인은 그를 내려다 본다. 지능은 인간을 분류하는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 없는데도, 지능이 낮다고 하면 무시하고 낮춰 본다.

대학에서 전문적으로 사회복지를 공부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저 글을 쓴 사회복지사도 거주 시설에서 살아가는 지적장애인을 바라보며 다소 쉽게 생각했으리라. 그래서 장애인이 무조건 보살펴야 할 존재인 듯, 마치 아기 다루듯 대했으리라.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지능보다 훨씬 더 원초적인 감각으로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그러므로 지적장애인이라도 다 안다.

상담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보면, 다들 뭔가 대단한 언어적 테크닉을 배우고 싶어한다. 아마도 평범한 사람이 모르는 고급 기술을 배워야만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아예 틀린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상담 전문가는 단순히 인간 심리에 관한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 어떤 내담자를 대면한다고 해도, 상대방을 편안하게 수용하는 사람이다.

이런 지혜는 꼭 전문적 상담에만 해당되진 않는다. 상담도 대화를 구성하는 부분집합이니까. 누구를 만나든지 원활하게 대화하는 근본적 방법은 무엇일까? 상대방도 내가 아는 바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존중’이 대화를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상대도 다 안다. 그대의 태도를.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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