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비용 부담 없이 매출 증가 '일석이조' 효과
환경단체 "환경 파괴 우려…정부 규제 필요"
한국은 그야말로 '팝업스토어(팝업)' 전성시대다. 성수·강남·홍대 등 소위 핫플레이스(명소)라 불리는 거리 일대는 다양한 팝업스토어가 열리며 그 유행을 실감케 하고 있다.
팝업스토어(Pop-up Store)는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임시 매장을 뜻한다. 과거에는 주로 패션·화장품 기업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홍보해 매출을 늘리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곤 했으나, 최근엔 체험형이나 전시 공간으로 진화해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도 한다.
문제는 팝업이 성행한 만큼 폐기물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는 기업들이 오프라인 고객 경험과 소비자 만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은 최근 3년 사이에 팝업을 4배 이상 늘려왔다. 2021년 2월 문을 연 이후 첫해에 100여 건에 불과했던 팝업은 2022년 210여 건, 지난해 440여 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1~2월에만 77건이 추가로 진행됐다. 1년 동안 하루에 1건 이상의 새로운 팝업이 열리는 셈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팝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초기 비용 부담 없이 브랜드를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출 증가로도 이어져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 플랫폼 캐릿에서 Z세대 2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97.2%가 팝업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방문한 이후 81.6%가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인식했고, 52.7%는 해당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업의 매출 증대 효과와 달리 팝업 이후 철거로 인해 쏟아지는 수십 톤(t)의 폐기물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환경부의 전국 사업장폐기물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사업장폐기물이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전국 폐기물 발생량 중 사업장 일반폐기물은 8106만 톤으로, 2017년 6018만 톤 대비 35%(2088만 톤) 증가했다. 더욱이 이렇게 배출된 폐기물은 대부분 팝업만을 위해 설계돼 재활용마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자 환경단체들은 팝업 폐기물에 대한 환경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장 폐기물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혜윤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 활동가는 "팝업스토어 특성상 주기가 짧다 보니 설치했다가 철거하는 형태로 부스가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폐기물도 상당히 많다"면서 "이에 대한 지침이나 제도가 전무해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