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손 부상 응급환자 70%, 방문·차문 등에 의한 심각한 부상사고
6살 딸을 둔 주부 권은미 씨. 얼마 전 집안에서 일어났던 예기치 않은 사고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아이가 뒤따라오는 것을 모른 채 무심코 닫은 화장실 문틈에 딸 아이의 손이 끼어버린 것. 다행이 절단은 면했지만, 성장하면서 손가락 변형이 일어나 기형이 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에 두고두고 마음의 상처가 될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
보건복지가족부 지정 수부전문병원인 부천 예손병원이 지난 3년간 응급실로 실려온 어린이 손 부상 환자 114명을 조사한 결과, 문틈에 끼어서 발생한 부상이 71.1%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별로는 집안 방문이나 차문 등 문틈에 끼인 부상 71.1%(81명), 헬스기구, 에스컬레이터 같은 기계에 의한 사고 9.6%(11명), 무거운 물건이 떨어진 사고 9명(7.9%)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사고 유형으로는 넘어져서 다친 경우와 유리에 베인 경우가 각각 4명(3.5%)으로 조사됐다.
부상의 유형으로는 손가락이 짓눌린 압궤손상이 62.3%(71명)로 가장 많았으며, 손가락이 절단되는 심각한 부상도 23.7%(27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손가락 부상을 당하는 어린이 2명중 1명은 미취학 아동인 것으로 나타나 어릴수록 상대적으로 사고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0세~6세 사이 미취학 아동이 57%(65명)나 되었고, 초등학교 1학년~3학년 사이인 7세~9세 사이 28.1%(32명),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 14.9%(17명)를 차지해 사고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순발력 발달이 안된 어린 아이일수록 사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진행중인 어린이 손 부상.. 이차적 변형으로 기능적ㆍ심리적 문제 야기
어린이의 경우 뼈나 근육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비교적 가벼운 사고에도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 같은 어린이 손 부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상이 제대로 치료가 되더라도 향후 성장 과정에서 신체적인 변형으로 이어져, 성장기의 심리적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성장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성장과정에서의 이차적인 변형 위험이 높고 기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장판 손상에 의한 길이 단축과 휨, 손톱 모양의 기형적 변형, 흉터 때문에 피부가 뼈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구축(拘縮, 구부러진 채 움직이지 않거나 일방 방향으로의 움직임 제한), 손가락 운동범위의 감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이차적인 변형은 심할 경우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할 정도의 장애를 초래하기도 하며, 변형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생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변형부위의 노출을 꺼리거나 수치심을 느끼는 등 심리적 고통이나 사회적 불편함도 야기할 수 있다. 즉, 신속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수술 후 정기적인 검사 등 꾸준한 관리로 혹시라도 나타날 수 있는 이차적인 변형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심각한 부상과 함께 향후 손 모양의 변형, 심리적인 고통까지 초래 할 수 있는 어린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님들의 세심한 주의이다. 먼저, 무거운 현관문이나 방문, 장롱 등 가구의 문이나 서랍, 싱크대 경첩 등에 손을 넣지 못하도록 안전 보호대 설치만 제대로 해도 사고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칼이나 가위, 유리컵 등 베이기 쉬운 물건이나 운동기구 등도 가급적 아이의 손에 닿지 않거나 떨어지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 좋으며 평소 아이들의 안전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모가 지켜보고 있다고 해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주변환경의 정리가 매우 중요하다.
예손병원 수부센터 김진호 원장은 “손은 발과 달리 남에게 보여지는 경우가 많아 손의 이상이 성장기 아동에게 정서상의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부상 이후 치료를 받았다면 적극적인 운동치료, 정기적인 검사 등 꾸준한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기치 않은 손 부상, ‘당황’은 금물! 응급처치 신속하게
아이들의 예상치 못한 부상 사고가 발생했다면 절대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을 경우 부모님들의 당황이 자칫 수술 결과를 나쁘게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침착하게 절단된 부위를 생리식염수를 적신 거즈에 싼 후 비닐에 밀봉해 수건으로 싸고 얼음에 보관해 병원으로 운반하는 것이 좋다. 다치거나 손상된 부위 역시 거즈로 싼 후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때 주의사항은, 조직이 마르지 않도록 유지하고 무균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며 얼음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코올이나 기타 소독약에는 담그지 않도록 한다. 수돗물은 소금 농도가 맞지 않아 오히려 조직에 손상을 초래하므로 주의한다. 생리식염수 등이 없다면 가까운 의원이나 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손가락 절단사고시, 알코올, 지혈제 및 고무줄 이용한 지혈 절대 금물
가끔 잘못 알려진 의학상식으로 어린이들의 손가락 끝 손상 시 부모님들이 절단부분을 입 안에 넣어서 병원에 갖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입안 세균에 의한 감염 위험성도 높아지고 조직의 온도도 올려서 접합수술을 실패하게 하는 잘못된 행동이다.
절단부위에 민간 요법으로 쓰이는 하얀 지혈제 가루를 뿌리는 것은 수술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절단부위의 출혈은 소독된 거즈로 오래 누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지혈이 된다. 고무줄로 묶는 것은 자칫 손가락 전체를 잃을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빠른 병원방문 역시 필수. 시간이 늦어질 경우 조직의 세포가 죽게 되어 혈관의 이어준다고 해도 접합부위가 죽거나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손가락의 경우 20~25도의 상온에서 절단된 후 6~8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될 수 없게 죽게 된다. 반면 냉장고 온도인 4도 정도에서는 약 12~24시간 정도로 훨씬 더 오래 견딜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낮은 온도가 좋은 것은 아니다. 4도 이하의 온도에서는 조직이 얼어 오히려 파괴될 수도 있다.
예손병원 이충훈 원장은 “손가락을 접합하는 미세수술은 적절한 응급처치와 빠른 수술이 관건”이라며 “접합수술은 이를 위한 시설이나 장비, 인력이 있는 병원에서만 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가급적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거나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에서 먼저 응급처치를 받은 후 적합한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