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저출산 부처 신설' 공약…"실효성 있는지 검토해야"

입력 2024-04-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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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공약…더불어민주당은 '인구위기대응부'

(출처=이미지투데이)

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총선에서 압승함에 따라 정부·여당의 정책 추진 동력이 타격을 입었지만, 여야 모두 총선 1호 공약으로 제시한 '저출산' 관련 대책들과 이를 총괄하고 집행하기 위한 인구 전담 부처 신설 추진은 조만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전담 부처를 다시 신설하는 것이 당위성을 갖는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각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정당 정책'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총리급 전담 부처인 '인구부'를 신설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관련 정책을 인구부로 통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도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전담하는 부처인 '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하고, 종합적인 저출산 대책 수립과 체계적 추진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인구부'를 중심으로 △아빠휴가(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유급)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상한 인상(150만 원→210만 원)·사후지급금 즉각 폐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상한 인상 △중소기업 육아휴직 동료 업무대행 육아 동료수당 활용 활성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인구위기 대응부'를 통해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 원 대출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대상 '소득 기준 전면 폐지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권' 제도화 등의 정책 추진을 약속했다.

여야가 모두 저출산 대책으로 인구 부서 신설을 공약한 배경에는 현재 인구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기관임에도 정책 심의 권한만 가지고 있을 뿐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어 각 부처의 정책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고 있어서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하는 등 저고위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6일 발표한 '인구감소 시대, 인구 전담 부처 설치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설립 의도와는 달리 저고위는 각 부처의 정책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고, 부처 간은 물론 중앙·지방 사이를 연계하는 역량도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저고위는 비용 대비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취약한 컨트롤타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인 고령화 국가인 일본은 저출산 전담 부처인 '아동가정청'을 설립해 인구 문제 대응의 정책 일관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내 합계출산율 1위인 프랑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위원회를 통해 포괄적인 인구 정책을 추진하지만, 현장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집행 기관을 둬 인구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스웨덴은 책임 기관이 전문 정책 영역을 담당하고 지방정부와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맞춤형 인구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해외 주요국들의 인구정책 추진 체계와 부처는 특정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정책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현장 중심의 연계를 추구할 수 있는 각자의 방식을 갖추고 있다"며 "이는 인구 문제의 해결이 전담 부처의 설치 자체가 아닌 정책적 책임성을 담보하고 유기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구성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함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인구 전담 부처의 신설이 우리나라 인구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응책인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고영준 입법조사관은 "기존의 인구정책들이 인구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조직설계안 없이 전담 부처 설치를 논의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 인구 문제의 특성을 바탕으로 기존 추진 체계의 한계가 무엇인지 전면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제안 중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인구 전담 부처의 신설이 과연 당위성을 갖는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담 부처를 설치할 경우엔 부처 간 업무 재조정을 통 전담 부처의 역할을 설정하고, 관련 법률·제도의 정비를 통한 명확한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고 조사관은 "관련 부처 간 업무조정 없이 전담 부처를 설립할 경우, 업무 중복성과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이 반복될 여지가 있다"며 "부처 간 전면적인 업무 재조정을 실시하고 인구 전담 부처만의 역할과 권한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인구 전담 부처를 중심으로 한 인구정책의 효과적인 추진과 집행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관련 법률과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전담 부처의 업무 범위, 권한, 부처 간 협력 메커니즘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 부처를 신설하기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국민의힘은 본래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여가부의 저출산 관련 업무를 신설하는 '인구부'에 흡수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 여야 간 이견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당 모두 인구 전담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만큼 이견 조정을 통해 부처 신설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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