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A의 투자코치] 실적 모멘텀 시장 좌우...유동성 장세 마무리 단계

입력 2009-06-1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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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ㆍ화학ㆍ증권ㆍ유통업종 주목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 김성봉 연구위원

투자와 관련된 심리를 다루는 학문의 한 주제로 '뱀에 물린 효과'(snake bite effect)라는 것이 있다.

위험 회피적 성향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 뱀에게 한번 물렸던 사람이 뱀을 피하는 것처럼 이전에 실패했던 투자 즉, 과거에 실패했던 종목에는 손이 잘 나가지 않는 성향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투자자의 이러한 심리적 성향은 사실 어쩔수 없는 부분인데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아팠던(손실을 봤던) 경험을 잘 잊지 못한다.

과거 경험 중에서도 최근의 경험은 더더욱 잊지 못한다. 마치 동전 던지기에서 10회 연속 앞면이 나온 이후 다음에 앞이나 뒤가 나올 가능성에 베팅을 하라고 하면 상당수가 뒤를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동전 던지기는 항상 독립적이며 언제 던지더라도 앞이나 뒤가 나올 확률은 1/2이다).

그러나 10회 연속 앞면이 나온 이후 그 상태 그대로 놓고 다음날 다시 베팅하라고 한다면 앞면과 뒷면의 베팅이 비슷해 질 것이다. 그만큼 최근의 사건에 투자자들은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달러가치 폭락,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을 걱정하는 투자자에게 최근 국내외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보면 크게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 달러약세, 시중 금리 상승 등이다.

각각 모두 2004~2008년까지 진행된 상승 싸이클에서 주식 시장에큰 영향을 미쳤던 요인들이었다.

위의 요인들은 각각 호재와 악재로써 양면성을 가졌던 이슈들이다. 원자재 가격상승의 경우 달러 약세와 맞물리면서 신흥시장 주가 상승과 흐름을 같이 했었지만 나중에는 인플레이션을 유발, 경기와 증시 모두에큰 악재로 작용했다.

금리의 경우 계속된 유동성 공급과 정책 금리인하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사실상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유동성을 공급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시장에서 걱정하는 것들이 양면성을 가진 이러한 재료들중 나쁜 부분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원유 가격 상승의 경우 경기회복의 측면보다는 인플레이션 촉발 우려를, 달러 약세의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가 커지는 가운데 FRB가 돈을 '찍어낸' 것이 달러 가치 폭락으로 연결될수 있다는 점을, 그리고 시중 금리의 상승은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과거의 경험 중에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더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Snake bite effect이다.

다시 당하기 싫은 경험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런 흐름이 다시 나타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가장 최근의 경험을 과감히 떨쳐낼 필요가 있다.

최근 원유가격 상승의 경우 낙폭이 워낙 컸다는 점과 중국의 '사재기' 수요, 달러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기적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글로벌 소비수요가 살아나기는커녕 아직도 마이너스권에서 헤매고 있는 상태에서 원유가격이 급등을 지속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인플레이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아직까지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경우 물가를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라도 물가 상승을 유발해야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유가를 비롯한 일부 원자재 가격이 바닥에서 두 배 정도 올랐지만 고점에서는 아직도 반토막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달러 약세도 마찬가지. 지난 2002년 이후 진행된 달러 약세는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렸었는데 신흥시장의 강력한 성장 모멘텀, 재정적자와 경상적자의 확대라는 쌍둥이 적자,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의 금리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위의 요인들이 달러의 폭락을 유발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흥시장의 강력한 성장 모멘텀은 위축돼 있는 상황이고 미국의 국고채 금리는 다른 주요 국가들 대비 낮은 수준이 아니다. 최근 개선되고 있는 미국의 경상수지도 달러 약세를 완화 할 수 있는 하나의 완충 장치다.

물론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부분은 달러 약세를 유발할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현재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대규모 재정을 퍼붓고 있는 중국과 영국을 비롯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전반적인 신흥국가가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유사한 정책을 펴고 있다.

어차피 화폐의 가치가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결정된다고 한다면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가 다른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크게 하락시킬 만한 요인도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달러가 기조적인 하락세를 보인 것은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 이후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따른 인위적인 평가절하, 그리고 2001년 이후 진행된 쌍둥이 적자의 확대 시기다.

현재 쌍둥이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불황형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경상수지 적자폭은 줄어들고 있는 상태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종합 해 볼때 달러가 특별히 강세로 진행될 이유도 찾기 어렵다.

점진적인 약세는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는 것 처럼 폭락할 가능성도 높은 것은 아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시중금리 상승도 기업과 민간의 소비ㆍ투자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계해야 할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최소한 주가와 금리가 대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금리가 떨어지는 것보다 금리가 오르는 것이 주식투자에는 더 좋은 환경일 수 있다.

마찬가지 관점에서 투자자들은 심리적으로 최근에 좋았던 종목에 대한 미련이 강하다. 조금 길게 보면 2005년 이후 시장을 주도했던 조선, 기계, 철강 등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종목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고 짧게 보면 작년 하반기 주가 급락 이후 가장 선방했던 방어주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마도 고점대비 낙폭이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실적도 그리 나쁘지 않은데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계속해서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바로 직전 주가 상승 싸이클에서 시장을 주도했던 종목이그 다음 싸이클에서도 좋았던 적이 드물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주식시장의 큰 싸이클이 마무리 되고 다음 싸이클을 기대한다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종목과 산업도 달라져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경기는 호황과 불황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주가는 하락기가 지나면 상승기가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각 국면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이슈나 산업은 매번 다르다. 1990년대 강한 달러가 전세계 호황을 이끌었다면 2000년대는 약한 달러가 세계 경제호황을 이끌었던 것 처럼...

경제나 주식시장이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흐름상 반복은 되지만 그 내용은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매번 같은 이슈가 시장을 지배한다면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볼 이유도 수익을 거둘 이유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현상의 다양성과 변화 가능성을 분명히 염두에 두고 새술은 새부대에 담는다는 마음으로 투자전략을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증시의 움직임이다 소갑갑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1400선을 돌파한 이후 1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조정을 받고 있는 셈인데 사실 조정의 형태로는 가장 바람직한 기간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반적으로는 1차적인 유동성 랠리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 대개 IPO, 유상증자와 채권발행 등이 급증하면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기업의 자금 조달 추이나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을 감안할 경우 유동성 장세는 일정 부분 마무리가 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유동성 랠리이후 시장은 실적 장세로의 진입을 타진할 것이다. 실적 장세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다소간의 진통은 있을 수 있겠지만 향후 주도 종목은 실적 모멘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따라서 최근 심심치않게 들려오는 종목별 어닝서프라이즈 소식에 주목해야 하며 투자전략도 실적에 맞추어 가져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업종별, 종목별 실적 모멘텀과주가 등락률을 감안할 때 ITㆍ화학ㆍ증권ㆍ유통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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