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갈등에 한발 물러선 尹…총선 국면 '혼선' 논란도

입력 2024-04-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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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 관련 갈등 국면을 수습하기 위해 한발 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다.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도 했다. 하지만 반응은 엇갈렸다.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한 의료계 집단행동이 한 달을 넘어가자, 윤 대통령은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다소 유연해진 입장을 밝혔다. 이번 대국민 담화 발표는 국민 전체에 윤 대통령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대통령실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의료계와 갈등' 해소에 실마리를 마련한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면서 의료계가 대화의 창구로 나올 자리가 마련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의료계도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누그러진 자세로 나오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대통령실 내부에서 감지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메시지에 대체로 공감했으나,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당 지도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갈등이 길어진 상황에 윤 대통령 사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일부 4·10 총선 출마자들은 허탈한 심경을 내비쳤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와 관련 "국민의힘은 (의사) 증원 숫자를 포함해 정부가 폭넓게 대화하고 협의해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드렸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의사 증원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해내야 할 정책"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경기 지역 한 후보 캠프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사과 안 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총선을 9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상황을 뒤집는 것은 좋을 게 없었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수도권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에 출마한 다른 후보 캠프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사과할 줄 알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수도권 지역 후보 캠프 관계자 역시 "어려운 지역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너무 안 좋으니까 '사과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함운경 국민의힘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9일 동안 '공정한 선거 관리'에만 전념해 달라. 그렇게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 직을 이탈해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야권은 윤 대통령 비판에 화력을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윤석열 불통 정권 모습 그대로"라며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고집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도 SNS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적극적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 일방통행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이지수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민심, 국민의 입장은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내 극소수 참모들만 이번 대국민 담화 준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윤 대통령 메시지가 오히려 총선 국면에 혼선만 일으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측 관계자는 "TV나 언론에 윤 대통령이 안보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나마 유권자들 태도가 부드러워진다"면서 "대체 왜 자꾸 나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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