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취업률 이유 있네”…조선 인재 육성 산실 ‘현대공업고등학교’ 가보니 [유비무환 K-조선]

입력 2024-05-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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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마이스터고로 전환
지난해 취업률 98% 달성
“기술 중요해도 인성교육 최우선”
“인력난 해소 위해 병특 확대해야”

▲우드락을 이용해 선체조립 연습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toto@)

“우리나라 조선업이 다시 부흥기를 맞으면서 정밀가공 등 기능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어요. 처음 입학했을 때만 하더라도 진로가 확실치 않았는데 배워가면서 사명감과 열정이 생겼어요. 열심히 연습해서 장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현장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지난 17일 울산 동구 현대공업고등학교에서 만난 3학년 오윤미 학생은 장래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현대공고는 1978년 개교한 조선ㆍ해양플랜트 분야 특화고다. 2015년 산업과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춰 마이스터고로 탈바꿈했다. 현재 총 324명의 학생이 미래의 ‘명장’이 되기 위해 밤낮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학교 설립자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창학정신에 맞게 능동형 현장 맞춤형 영마이스터를 육성한다. 학과는 △정밀기계과 △산업설비과 △전기제어과 등 실습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실습용 장비 역시 웬만한 대학이나 기업을 방불케 한다.

실습실에는 범용 밀링, 컴퓨터수치제어(CNC) 선반, 잠호용접(Submerged Arc Welding), 시퀀스제어, 선박자동화 기기 등 고난도 시스템을 최신식으로 갖춰 학생들이 직접 시연해볼 수 있다. 현장근무 경력 20년 이상 산학겸임교사가 학생들 사이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2학년 이민환 산업설비과 학생이 전국기능올림픽대회 출전에 대비해 피복아크용접을 연습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toto@)

현대공고가 모교인 이수동 현대공고 교무기획부장은 “제가 학교 다닐 때 장비 하나에 열 명씩 붙었는데, 지금은 대당 한 명이 붙어 작업할 정도로 교육환경이 개선됐다”며 “단순 생산직을 양성한다기보다 인성 교육에 노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공고는 교육 틈틈이 울산 어울길 탐방, 지리산 일대 국토 순례 등의 극기 체험과 봉사활동을 운영해 학생들에게 공동체 의식과 봉사 정신을 함양하고 있다. 또 1인 1기, 토요스포츠 등 다양한 동아리 프로그램과 문화 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공감 능력 향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취업률도 우수하다. 지난해 3학년 취업률은 98.1%에 이른다. 이 중 대기업 취업률은 43.7%로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HD현대미포, 포스코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3학년 박건형 산업설비과 학생은 “무엇이든지 처음 하는 거라고 막상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선배들과 선생님들의 조언으로 용접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 설비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며 “최근 HD현대오일뱅크 취업에 성공해 입사할 때까지 기량을 갈고닦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 지역 산업체와 지자체도 이 학교에 대한 기대가 크다. HD현대중공업 협력사를 운영하는 김진국 선진기업 대표는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은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 만큼 숙련도를 갖췄고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열정이 가득하다”며 “산ㆍ학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파트너십이 유지되기 바란다”고 했다.

▲2학년 박준서 전기제어과 학생이 테스터기를 이용해 전압을 측정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toto@)

다만 업계에서는 입사와 동시에 다가오는 병역 문제가 마이스터고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유지취업률을 높일 만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남학생의 경우 일을 배우다가 병역 문제로 퇴사할 때가 많아 채용을 주저하게 한다”며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게 마이스터고 학생에 대한 병역 대체복무 등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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