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년 만에 ‘무더기 순손실’…저축銀에 선제 대응을

입력 2024-04-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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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축은행 중 절반 이상이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어제 나왔다. 79개 저축은행 중 41곳에서 5559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3회계연도에 508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후 9년 만에 처음이다. 한 저축은행은 10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냈다. 건전성 지표가 양호할 까닭이 없다. 지난해 말 연체율은 6.55%로 전년(3.41%)보다 3.14%포인트(p) 올랐다. 12년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가계대출은 5.01%로 전년 말(4.74%) 대비 0.27%p 상승했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대출은 2.90%에서 8.02%로 5.12%p나 뛰었다.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은 7.72%로 3.64%p 상승했다.

연체율이 23.36%인 곳을 포함해 10% 이상인 곳이 15곳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30%가 넘는 곳도 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지난해 손실 규모, 연체율 상황은 2011년과 비슷하거나 더 좋지 않다. 부동산 PF가 근본 배경이란 점도 흡사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업권의 수신(말잔)은 107조1491억 원이다. 2011년 63조100억 원보다 70%가량 늘었다. 만에 하나, 거품이 터지면 피해 규모는 12년 전보다 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저축은행은 대표적인 서민금융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예·적금 금리를 앞세우는 수신이 유일한 자금원이다. 리스크 관리가 되지 않으면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마련이다. 선제 대응이 필요한 이유가 차고 넘친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고위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비중이 높은 비은행권의 경우 PF 부실 증대 시 자산건전성 하락, 충당금 적립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최근 건설사들의 재무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우발부채들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올 공산이 농후하다. 기업 부채도 심각해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무 당국은 모든 증상을 제 손금처럼 들여다보면서 저축은행 정상화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성찰해야 한다. 전방위적인 대비에 나서려면 다른 길은 없다.

당국은 PF 시장 안정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위기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잘 관리되고 있다”는 장담보다 효과적인 것은 시장과 교감하는 합리적 행동이다. PF 리스크 관리는 옥석 가리기가 필수적이다. 고강도 구조조정 없는 만기연장 중심의 금융 지원은 외려 화를 키우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시장 원리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적절한 개입과 관여로 상황을 통제할 것이란 믿음을 시장에 심어줘야 한다. 시장이 믿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저축은행만이 아니다. 한은에 따르면 여신전문회사, 상호금융, 저축은행을 포함한 비은행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2022년 말 18조 원에서 2023년 말 31조 2000억 원으로 73.4% 급증했다. 초대형 폭탄의 심지가 곳곳에서 타들어 가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당국은 금융 안정을 지키는 불침번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거듭 자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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