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 ‘100만 원’ 두고 간 남성…故 신용호 회장 지침도 덩달아 화제

▲A 씨가 교보문고에 현금 100만 원과 함께 두고 간 편지 (출처=교보문고)

20일 서울신문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교보문고 강남점에 한 손님이 봉투를 두고 사라졌다. 당시 해당 봉투를 분실물이라고 여긴 교보문고 직원들은 봉투를 분실물로 보관해왔다.

그러나 봉투의 주인이 해가 바뀌도록 나타나지 않자 직원들은 6일 봉투를 다시 열어봤고 봉투 안에는 현금 100만 원과 자필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를 작성한 30대 남성 A 씨는 “사실 살면서 많은 잘못을 저질러 왔다”라며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15여 년 전 고등학생 시절, 광화문 교보문고에 꽤 자주 왔었는데 처음에는 책을 읽으려는 의도로 왔지만, 이내 내 것이 아닌 책과 각종 학용품류에 손을 댔다”라며 자신의 과거 절도 행위를 뉘우쳤다.

그러면서 A 씨는 도둑질을 걸려 A 씨의 아버지가 그 값을 대신 치르기 전까지 훔쳤던 책과 학용품의 값을 갚지 못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너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주면 감사하겠다”라는 말을 전했다.

끝으로 A 씨는 “교보문고에 신세졌던 만큼 돕고 베풀고 용서하며 살겠다”라는 뜻을 전하며 편지를 마쳤다.

A 씨의 사연이 전해지자 안병현, 김상훈 교보문고 공동 대표이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창 돈 들어갈 곳이 많은 30대 가장이 선뜻 내놓기 어려운 금액이라 그 마음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책을 훔쳐가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르라’라고 했던 교보문고 창립자 故 신용호 회장의 가르침을 언급했다. 고 신용호 회장은 교보문고 설립 당시 직원들에게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에게도 존댓말을 쓸 것’, ‘책을 한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말리지 말 것’,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고 눈치를 주지 말 것’, ‘책을 노트에 베끼더라도 제지하지 말 것’, ‘책을 훔쳐 가도 망신을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타이를 것’ 등을 당부한 바 있다.

아울러 교보문고는 손님이 두고 간 100만 원에 100만 원을 더해 200만 원을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