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 칼럼] 기후위기, ‘기후테크 강국’ 될 기회다

입력 2024-03-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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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高탄소산업 많은 한국 발전여지 커
산업 간 융·복합…빅컴퍼니 만들고
탄소중립 달성해 일석이조 꾀해야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생산 방식의 혁신적 변화가 찾아오면서 새로운 빅컴퍼니가 등장했다. 이처럼 기술혁신이 일어나거나 시대적 위기상황이 도래하면 그에 대응하는 노력에 의해 새로운 빅컴퍼니가 출현하게 된다. 1890년대에는 철도 회사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 이후 대량 생산을 하는 자동차 회사 그리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석유 회사, 이후에는 IT회사들이 빅컴퍼니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향후에 빅컴퍼니는 어떤 기업이 될까. 쉽게 예상되는 분야는 인공지능이다. 이미 인공지능은 파편처럼 우리 주변의 기계로 스며들고 있다. 삼성이 스마트폰에 인공지능을 장착했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워드프로세서나 파워포인트 같은 오피스 도구도 이미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한 3년 정도면 웬만한 기계는 인공지능이 장착되어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회사는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게 되고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빅컴퍼니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인공지능 분야의 빅컴퍼니를 탄생시킬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의 활용을 통해 빅컴퍼니를 창조할 여력은 충분히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다양한 산업이 존재하는 우리나라는 특히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이 꽤 있다. 이는 달리 하면 기후테크를 적용할 테스트베드가 많다는 의미다. 이들이 새로운 기후테크를 적용하여 탄소중립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기후테크의 글로벌화를 약속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탄소중립도 이루고, 기후테크도 발전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는 과정에서 문화, 예술, 교육, 환경, 도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의 변화를 맞는 산업으로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처럼 고탄소산업이 많아 탄소중립이 어려운 상황을 기후테크 빅컴퍼니가 탄생할 기회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로 기후산업은 에너지, 환경, 소재, 전자, 기계, 화학, 농업, 폐기물처리, 조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술의 융·복합이 필요한 산업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융·복합이 가능한 다양한 산업군을 가진 나라를 찾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 물에서 수소를 뽑아 터빈을 돌리는 기술이 개발된다고 하면 이를 비행기부터 조선, 자동차, 발전소 등 모든 분야에 적용해서 상용화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산업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기후테크 빅컴퍼니가 되기 위해서는 게임체인저를 만들어야 한다. 석탄발전과 같은 아주 근본적인 전환과 다양한 응용기술이 일거에 성공해야 글로벌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전 세계의 응축된 잠재수요가 팽배해 있고, 이들 수요를 제대로 만족시킨다면 굳이 마케팅을 하지 않더라고 전 세계에서 주문이 밀려들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가 전 세계로 불티나게 팔렸듯이 기후테크도 그런 시장을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빅컴퍼니로 등극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수소, 핵융합, 폐기물 처리 기술 등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기술부터 전략적으로 전 부처가 나서서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미래 산업 전략은 바로 시대적 요구와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는 이런 전략이 부재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후위기 대응 방안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 심지어는 인문학까지도 포함해서 복합적으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 조직은 과거 산업시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모든 산업 전반에 걸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외부 위협이다. 산업부, 중기부, 과기정통부, 농식품부, 고용부, 교육부, 외교부 등 전 부처가 관여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를 조정하고 신산업 육성차원에서 전 부처를 아우르는 전략적 컨트롤 타워가 없다. 정부와 국회가 협력하여 국가미래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추진체가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있지만 이들은 강력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기후위기는 대응하지 못하면 전 인류적 위기로 파국을 맞이하겠지만 발 빠르게 대응하면 최고의 기회를 만나 새롭게 강자가 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위대한 기업가나 지도자는 바로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패러다임 대전환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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