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호주 태권도 관장, 왜 한인 일가족 살해했나…"모든 것이 거짓인 남자"

입력 2024-03-1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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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남자는 왜 일가족을 살해했을까.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마스터 라이언의 거짓말’ 편으로 시드니 한인 일가족 살인 사건이 집중 조명됐다.

지난 2월 20일 호주에서 한인 일가족이 피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엄마와 7살 아들은 아들이 다니던 시드니 노스 파라마타 지역의 한 태권도장에 목이 졸려 살해됐으며 아빠는 자택에서 칼에 찔린 채 살해됐다.

호주 경찰은 용의자로 태권도장의 관장 유광경 씨를 지목하고 체포했다. 체포 전날 유씨는 시드니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부랑자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가 아이의 아버지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유씨는 현재 묵비권을 행사 중인 상황. 수강생들은 그가 일가족을 살해했다고는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지인들에게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쳐줄 만큼 열정적이고 존경받는 그가 그러한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 리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유씨가 태권도장 내부 사무실에서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를 6시 30분 살해하고 성인반 수업이 끝난 뒤인 8시 아이를 살해했다고 봤다. 그리고 피해자의 차량을 끌고 집으로 가 차고를 이용해 집으로 침입한 뒤 아빠를 살해했다고 봤다.

피해자의 이웃들은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그것은 유씨의 이웃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씨는 부촌은 아니었지만 해당 동네에서 자가로 입을 사 거주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두 아이의 아빠인 그가 모든 삶을 망가트릴 짓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유씨 아내와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은 유씨에 대해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지인은 “유씨 아내가 우울증이 심했다. 유씨가 평상시에는 잘한다. 그런데 한 번씩 싸우면 물건이 다 파괴되어야 끝난다. 그리고 싹싹 빈다고 한다”라며 “평소 허황한 과시욕으로 힘들게 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유씨가 태권도장에 걸어둔 표창 등에 대해 검증에 나섰다. 학장의 자필 서명까지 있는 매쿼리 대학 석좌교수 계약서와 시드니 대학 박사과정은 모두 거짓과 조작이었다. 호주 국기원 역시 사설 단체일 뿐이었다. 국내 국기원 관련 서류는 사실이었지만 그가 홈페이지에 작성한 8단은 아니고 4단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와중에 1998년 이민 초기 유씨를 만났다는 제보자는 “고기 뷔페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드니 대학 다닌다고 하고 호주 국가대표에 선발됐다고 했다. 운동에 집중하다 보니 돈 벌기가 힘들고 돈 들어가는 게 많다고 적은 돈 많이 빌려 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유씨를 전혀 볼 수 없었고, 부상으로 인해 은둔 생활을 했다는 근황만 전해 들었다. 그리고 10년 뒤 아이를 등록시키러 간 태권도장에서 유씨를 다시 만났다.

당시 유씨는 변호사 아내와 결혼했다고 말했지만 이후 다른 여성과 있는 모습을 보았고, 제보자가 인사를 하자 전혀 모르는 사람인 척을 했다. 이 일에 대해 유씨는 “사실은 내게 쌍둥이 동생이 있다”라는 말을 털어놨다.

또 다른 제보자는 10년 전 유씨의 쌍둥이 동생 유진을 만난 적이 있다면서 유진은 서울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서울대를 복수 전공한 수재였다고 말했다. 현재는 태권도장 관장인 형 유씨의 권유로 관장으로 있다며 곧 제보자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하지만 제보자는 우연히 마트에서 선반 정리하는 유진을 보고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유씨는 호주로 건너온 지 얼마 안 된 이민자, 유학생들에게 수시로 그런 거짓말을 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진은 취재 중 쓰레기통에 버려진 유씨의 이력서를 발견했다. 해당 이력서에서 유씨의 이름은 ‘볼 광경 유’였으며 최종학력은 고등학교였다. 그곳에 적힌 보증인이자 과거 그를 고용한 태권도장 관장은 유씨를 “악마”라고 표현했다.

관장은 “걔를 몇 번 쳐냈다. 1년에 한 번씩 쫓아냈다. 남의 돈 탐내는 손버릇, 학부모와 갈등, 이성 관계로 쫓아낼 때마다 가족의 부탁으로 받아줬으나 습관적 거짓말을 했다”라며 “쌍둥이라는 말은 99.9% 다 거짓말이다”라고 확신했다.

이어 “내가 제일 미안한 사람은 피해자이고 두 번째 미안한 사람은 유씨 아내다. 유씨 아내를 한국에서 데리고 왔다. 한국에 살게 할걸. 내가 미쳤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유씨 아내 역시 유씨의 거짓말에 당한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결혼 전 자신을 로스쿨 진학한 회계 관련 변호사라고 했으며 시어머니 역시 국제 변호사라고 말했다. 부모 재력가는 그의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시드니에서 9시간 거리에 산다는 유씨의 부모는 “저는 계모기 때문에 아무 관계 없다. 15년 전부터 연락 안 한다. 연락 아무도 안 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버지의 재혼 후 이민을 온 유씨는 배다른 형과 태권도장에 다녔지만, 태권도로 형을 따라가지 못하고 갈등 겪다가 집과 도장 떠났다. 이후 허위 경력을 떠벌리며 호주 태권도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그가 작성한 모든 경력이 거의 허위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은 유씨와 피해 가족에 대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불륜으로 엮인 것 아니냐고 보도했으나, 피해자 가족의 이웃들은 말도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피해자 가족이 늘 함께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인 사회에서는 돈 문제가 엮인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유씨는 태권도장과 자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모두 임대 중인 건물이었다. 사업자도 유씨가 아닌 아내 신씨 앞으로 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아내 신씨의 지인은 “너무 힘들게 살고 남편은 너무 이상하고. 태권도장 찾으면 어떠냐. 친정의 도움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교인들에게 인테리어와 원생 모집까지 도움을 받으며 마스터 라이언의 삶이 시작됐다. 그전에는 마트 파트타임으로 일한 것이 전부였다.

반면 피해 가족은 경제적으로 윤택했다. 남편의 연봉은 18만달러에 달했다. 이에 돈을 빌려주고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경찰은 금전 관계 역시 정확한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범행에는 우발적인 모습과 계획적인 모습이 섞여 있다. 치밀한 것 같지만 허점이 너무 많다”라며 “왜 이 장소 이 타이밍에 죽였나. 장소가 그에게 적합한가. 사건이 발생하면 자기가 용의자로 몰리기 너무 좋다”라고 의문을 가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씨의 상태를 리플리증후군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실제 자신의 모습과 가짜 이미지의 괴리가 클수록 내면 열등감 크다. 사소한 일에도 필요 이상의 모욕감과 분노를 일으키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태권도를 그만두겠다거나 아이 교육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트리거가 눌릴 수 있다는 것. 피해자의 차를 타고 이동한 것 역시 대담한 계획이라기보다는 무책임, 미성숙한 리플리 증후군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는 “유씨는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상황을 대처할 때 허황한 거짓말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어떤 일이 발생할 때 대처 능력 부족하다”라며 “첫 살인 후 안 걸리기 위해서는 아이와 남편을 살해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피해자가 도발 등 원인 제공이 있냐 없느냐에 따라 엄청난 형량 차이가 있다”라며 “사법제도를 이용해서 진실 왜곡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면서 자기 책임을 적게 지는 방식으로 형량을 낮추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걸 우려스럽게 봐야 할 거 같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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