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검토위원이 사교육업체와 문항 거래" 감사원, '사교육 카르텔' 수사 요청

입력 2024-03-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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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감사 결과 발표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뉴시스)

수능 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교원이 다른 수능 검토위원을 포섭해 소위 '문항공급조직'을 구성하고, 사교육업체와 2000여 개의 문항을 거래해 6억6000만 원을 수수한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수능 출제위원인 대학교수가 자신이 감수한 EBS 교재의 문항을 출제하는 등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을 적발한 감사원은 교원, 학원 관계자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은 11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감사와 관련해 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교원과 사교육업체 간 문항 거래 등 유착에 따른 우려가 지속 제기됨에 따라 공교육의 신뢰성 회복 및 교원의 복무 기강 확립을 목표로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수능 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교원이 수능 검토위원 등으로 구성된 '문항공급조직'을 구성해 사교육업체와 문항을 거래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등학교 교원 A 씨는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다수 참여하면서 2019년부터 사교육업체와 유명 학원 강사 등에게 수능 경향을 반영한 모의고사 문항을 제작·공급하기 위해 수능·모의평가 출제 합숙 중 알게 된 검토·출제위원 참여경력의 교원 총 8명을 포섭해 소위 '문항공급조직'을 구성했다.

이후 A 씨는 문항공급조직을 통해 201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2000여 개의 문항을 제작해 공급하고, 총 6억6000만 원을 수수했다. 이 중 3억9000만 원은 문항 제작에 참여한 교원에게 지급했고, 나머지 2억7000만 원은 자신의 문항 제작비와 알선비 명목으로 수취했다.

2020년부터 문항공급조직에 참여해 문항을 제작·공급하던 교원 B 씨는 2022년 1월 평가원으로부터 파견 근무를 요청받으면서 '최근 3년간 상업용 수험서 집필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사실과 달리 답변했고, 같은 해 3월부터 파견교사로 근무했다. 평가원은 사교육업체와 거래한 교원이 수능, 수능 모의평가 출제업무에 참여해 수능 등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과거 3년간 수험서 집필 등의 실적이 있는 경우 출제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B 씨는 이후 평가원 근무 중에도 교원 A 씨와 함께 문항 거래를 계속하면서 출제위원 위촉 시마다 사교육업체 거래 사실이 없는 것처럼 '출제위원 후보자 자격심사자료'를 작성해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의평가·수능 출제위원으로 총 5차례나 참여했으며, 2020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51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이외에도 다수 교원이 사교육업체 모의고사 문항 공급 사실을 숨기고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것을 확인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교원이 출판업체를 운영해 EBS 교재 집필진·수능 출제경력 교원 등으로부터 문항을 구입, 대형 사교육업체 등에 공급하고 금전적 이익을 수취한 사실도 적발됐다. 고등학교 교원 C 씨는 2019년 자신의 부인과 교원들에게 수능 문항을 공급받아 사교육업체에 판매하는 사업을 위한 출판업체를 설립했다.

이후 EBS 교재 집필 등을 통해 알게 된 교원과 자신의 소속 학교 교원 등을 섭외하는 등 총 35명의 현직 교원으로 문항 제작진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수능 경향을 반영한 문항을 구매해 사교육업체와 유명 학원강사 등에 공급했다. 업체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문항판매 대가로 18억9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 중 12억5000만 원은 거래 교원 35명에게, 3억 원은 교원 C 씨에게 지급하고 1억1000만 원의 영업이익을 수취했다.

수능 출제위원인 대학교수가 자신이 감수한 EBS 교재의 문항을 수능에 출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대학교수 D 씨는 평가원의 의뢰로 2022년 8월 다음 해 1월에 출간 예정인 EBS 수능연계교재를 감수했는데, 해당 교재에는 고교 교원 E 씨가 2022년 3월 'TMI'라는 지문으로 출제한 문항이 수록돼 있었다. 같은 해 10월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위촉된 D 씨는 교재 집필 중 알게 된 모든 사실을 EBS 허락 없이 유출할 수 없다는 EBS의 '보안서약서'를 위반하고, 자신이 감수한 EBS 교재에 실린 TMI 지문을 무단으로 사용해 수능 문항을 출제했다.

평소 교원들에게 문항을 사서 모의고사를 만들던 유명 학원 강사 F 씨는 'TMI' 지문을 출제한 교원 E 씨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원으로부터 해당 지문으로 제작한 문항을 공급받아 9월 말 모의고사로 발간했다. 평가원 영어팀은 수능 문항 확정 전 사설 모의고사 문항과의 중복 검증을 위해 강사 F 씨의 수능 모의고사를 2020년과 2021년에 계속 구매해왔지만, 2022년에만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구매하지 않아 해당 모의고사가 검증대상에서 누락됐다. 결국, 평가원은 강사가 'TMI'를 지문으로 한 문항을 사설 모의고사에 담아 발간했고, 수능에도 이를 지문으로 한 문항이 출제됐는데도 중복을 걸러내지 못했다.

수능 이후에는 모의고사 문항과 동일 지문이 출제된 것에 대한 이의신청이 다수 접수되자 평가원 담당자들은 이의심사 준비과정에서 수능 출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해당 안건을 아예 이의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모하기도 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처럼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교원,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외에도 문항 거래를 통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되는 다수 교원에 대해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엄중히 책임을 묻는 등 조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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