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개선에 4분기 분위기 반전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대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4분기부터 반도체 업황 호전으로 삼성전자 등 대표 기업들의 실적도 반등에 성공했다.
10일 한국경제인협회는 국내 매출 100대 기업(금융ㆍ공기업 제외) 중 현재 작년 실적을 공시한 57곳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74조8000억 원, 72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1%, 41.9% 감소했다. 글로벌 불경기가 심화하면서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이 40%가량 감소했다.
대기업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이유로는 삼성전자의 부진이 꼽힌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22년 43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 6조6000억 원으로 84.9% 급감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기준 100대 기업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7.7%, 34.6%에 달한다.
같은 반도체 업종에 속한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매출이 26.6%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 손실 7조70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실적 반등을 노린다. 메모리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가격 내림세가 멈추며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된 덕이다.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되는 가운데 PC 및 모바일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고 생성형 AI 서버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수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00대 기업의 4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한 434조9000억 원, 영업이익은 30.2% 늘어난 17조4000억 원이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2조824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 분기(2조4336억 원) 대비 16.0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주요 대기업들의 업종별 매출을 살펴보면 건설업(21.9%), 전문ㆍ과학ㆍ기술서비스업(5.7%)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 도매 및 소매업(유통업)은 매출이 7.0% 줄며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이어 운수 및 창고업(-4.2%), 제조업(-2.5%) 등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제조업(-48.8%), 건설업(-41.7%), 운수 및 창고업(-8.0%) 순으로 줄었다. 도매 및 소매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2.4% 증가했지만, 4분기에는 10.2% 감소해 침체 조짐을 보였다.
한경협 관계자는 “국내 최대 산업인 반도체와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지난해 대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했지만, 역설적으로 4분기에는 반도체 산업과 삼성전자의 실적이 회복되면서 대기업들의 실적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