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첫 타석부터 안타…‘바람의 손자’ 이정후, 메이저리그 상륙 알렸다

입력 2024-02-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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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AFP/연합뉴스)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시범경기 첫 타석부터 안타를 만들어내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정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시애틀 매리너스와 홈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에스트라다(2루수)-웨이드(1루수)-솔레어(지명타자)-플로레스(3루수)-베일리(포수)-슈미트(유격수)-라모스(우익수)-마토스(좌익수)로 라인업을 짰다. 선발 투수는 오른손 파이어볼러 조던 힉스였다.

이정후는 0-2로 끌려가던 1회 첫 타석부터 안타를 신고했다. 이정후의 상대는 시애틀의 ‘특급 투수’ 조지 커비. 커비는 2022년 데뷔 시즌에 8승, 지난해 13승을 거둔 유망한 미래 투수 자원이다.

특히 지난해 31경기(190⅔이닝)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35 탈삼진 172개 WHIP 1.04로 맹활약했다. 더욱이 볼넷을 단 19개만 허용해 리그 전체 9이닝당 볼넷(0.9개) 1위를 기록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올스타전에도 출전한 커비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8위에 올랐다.

이정후는 커비를 상대하기 앞서 “오랜만에 경기하니까 설렌다. 상대 투수가 좋은 투수더라. 좋은 투수의 공을 쳐볼 생각에 더 설렌다”며 “수직 무브먼트가 굉장히 좋아 보였다. 하이 패스트볼을 치면 좋은 결과가 안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밝혔다.

첫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커비의 초구 96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지켜봤다. 1스트라이크. 그는 2구째 85마일 변화구를 노렸지만, 빗맞으며 파울 타구가 나왔다.

이정후는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3구째 86마일(138.4km) 변화구를 정확히 노려 배트를 휘둘렀다. 공은 1루수 타일러 라클리어 옆쪽으로 갔지만, 타구가 강해 글러브 옆을 빠져나가며 우전 안타를 기록했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기록한 이정후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보여줬다. 후속 타자 타이로 에스트라다의 타석 때 리드 폭을 넓게 가져가며 상대 배터리를 견제했다. 이어 에스트라다의 땅볼 때 상대 유격수 라이언 블리스가 공을 떨어뜨리는 실책이 나와 2루에 안착했다.

이정후는 기회를 득점까지 만들었다. 후속 타자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자, 3루를 지나 홈으로 질주해 첫 득점을 신고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패트릭 베일리의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묶어 1회에만 5득점을 올리며 5-2 역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훈련장 더그아웃에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이정후는 이후 타석에서는 1루를 밟지 못했다. 2회에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4구째 변화구를 쳤지만, 1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마지막 타석인 4회 2사 1루 상황에서는 우완 카를로스 바르가스를 상대로 5구째 몸쪽 낮은 공에 헛스윙 삼진이 나왔다.

이정후는 팀이 5-9로 끌려가던 5회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되며 MLB 시범경기 첫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정후는 이날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정후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미국에선 첫 경기이지만 개인적으로도 7개월 만의 경기인데 그것 치곤 나쁘지 않았다. 긴장은 생각보다 되지 않았다”며 “(몸 상태는) 느낌 좋다. 관리 잘해주셔 아픈 데 없다. 좋은 타이밍에 잘 쉬어서 완벽하게 나았던 것 같다”고 첫 경기 소감을 밝혔다.

첫 안타 순간에 대해서는 “일단 좋은 투수였고, 또 투스트라이크에 몰려서 가볍게 컨택하는 느낌으로 쳤다”면서 “투스트라이크라서 노릴 수 없었다. 컨택하자는 생각으로 쳤는데 다행히 중심에 맞아서 좋은 코스로 가 안타가 됐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오늘 주루 플레이에 대해 “감독님, 코치님도 그린라이트를 주셨다. 나도 많이 뛰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오늘도 내가 그냥 뛴 거였다. 시범경기부터 많이 뛰어보려고 한다”며 “마지막 타석에 들어갔을 때는 또 오랜만에 뛰다 보니 하체가 안 잡히는 기분이 들더라. 시범경기 많이 남았으니까 그런 것들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야구 선수들에게 있어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 타석에 들어섰다. KBO리그와는 다른 세계구급 투수들을 직접 상대하게 된다.

그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직구는 말할 것도 없고, 변화구 스피드가 다른 것 같다”며 “한 경기여서 아직 잘 모르겠다. 조금 더 해보면 말씀 확실히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첫 경기이고, 아직 너무 오랜만에 뛰다 보니까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긴장되거나 그런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없었다. 그냥 똑같이 했던 것 같다. 경기 나갔을 때 내가 해야 할 것만 생각하면서 적응하는 데 포커스를 두겠다”며 “새벽인데도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88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0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등 화려한 기록을 세운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천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앞서 시범경기 개막전인 25일 출격 예정이었으나 가벼운 담 증세로 이날 첫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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