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힘?...수도권 단수공천에 대통령실 출신 '1명'

입력 2024-02-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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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출신 14명 수도권 신청…용산 출신 '역차별' 지적도

▲대통령실 청사 전경 (연합뉴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연이어 4·10 총선 '단수 공천' 명단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대통령실 출신 인사 중 경기 의정부갑의 전희경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만이 이름을 올렸다. "용산 출신도 절대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시스템 공천이 일단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날 오전 경기 일부 지역과 전북·인천 등에서 경선 없이 공천을 확정 짓는 '단수공천' 대상자 25명을 발표했다. 인천에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계양을)과 윤상현 의원(동구·미추홀을), 배준영 의원(중구·강화·옹진) 등이 단수공천 대상자로 선정됐고, 경기에서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수원병) 이수정 경기대 교수(수원정) 안철수 의원(분당갑)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발표된 단수공천 명단에 대통령실 출신 인사는 전희경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경기 의정부갑)이 유일하다. 대통령실 출신인 37명의 후보 중 14명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단수공천 대상자로 선정된 후보는 전 전 비서관 한 명 뿐이다.

앞서 전날 공관위가 발표한 서울 지역 단수공천 명단에서는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이승환(중랑을), 여명(동대문갑), 김성용(송파병), 권오현(중·성동갑) 후보가 모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검사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원모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도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인 4선 박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대통령실 출신이 '양지'만 찾는다는 비판에 현재 경기 지역 차출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지역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이른바 '호떡 공천' 논란을 낳았던 연수을의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과 신재경 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남동구을)이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고, 경기 지역에서는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성남 분당을),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안산 상록갑), 전지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구리시) 등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외에도 경기 지역에서는 이날 공관위 면접을 치른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용인갑) △김보현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실 선임행정관(김포갑) △허청회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포천시·가평군) 등이 단수공천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단수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자들은 향후 경선 과정을 거치거나 다른 지역에 재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 출신 인사 대다수가 수도권 단수공천 명단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해왔던 '시스템 공천'의 원칙이 제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한 비대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민심'(民心)의 반영 비중을 높이고, 후보별 평가 과정을 계량화하는 등의 시스템 공천을 보수정당 최초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컷오프'(공천배제)된 것과 관련해서도 "처음에 공천을 할 때 보수정당 최초의 시스템 공천을 실천하자고 말한 적이 있었고, 그 의미가 이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 또한 전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출신이 단수공천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데 대해 "헌법 가치에 충실한 분들, 경쟁력 있는 분들이 (공천) 기준이지, 용산에서 왔는지 당에서 왔는지는 관계없다"며 "면접도 하고 데이터도 보니까 누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해 공관위원들 사이에 거의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121표가 걸린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논란을 최소화함으로써 당내외 공천 잡음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도권은 서울 49석, 경기 59석, 인천 13석으로, 의석수로 보면 전체 지역구(253석)의 절반에 달한다. 직전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에서만 103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둔 바 있다.

반면, 공천을 신청한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단수공천 배제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실 출신인 안산 상록갑의 장성민 전 미래전략기획관은 전날 공관위 면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 의한 영향력은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역으로 불리함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동대문갑의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대통령실 출신이 '역차별'을 받고 있단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가 된다"고 답했다.

한편,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기준대로 했다"며 "국민들이 보기에 월등하게 경쟁력 있는 후보를 제외하고 다른 분을 단수 추천했다면 그런 비판이 가능하겠지만, 경쟁력 면에서 그런 비판이 가능하지 않다면 그건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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