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전 총리, 70년 함께한 아내와 동반 안락사...“손잡고 함께 떠나”

입력 2024-02-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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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홈페이지 캡처)
70년 해로한 드리스 판 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 부부가 동반 안락사를 선택했다.

판 아흐트 총리가 설립한 ‘권리 포럼’ 연구소는 9일(현지시간) “판 아흐트 전 총리와 부인 외제니 여사가 지난 5월 93살을 일기로 별세했다”라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두 사람은 모두 지병을 앓고 있었으며 두 사람은 서로를 두고 혼자 세상을 떠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장례식은 두 사람이 학생 시절 처음 만난 네덜란드 동부 네이메헌에서 비공개로 치러질 예정이다. 판 아흐트 전 총리는 아내를 ‘내 여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내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두 사람의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사회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1970년대 초반 기독민주당(CDU)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한 판 아흐트 전 총리는 1977년부터 1982년까지 네덜란드 총리를 지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적극적인 팔레스타인 옹호 활동을 벌여왔으며 이와 관련해 노년에 ‘권리 포럼’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팔레스타인 추모 행사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계속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판 아흐트 전 총리 부부의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듯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가 합법이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으며 그 결과 2022년 네덜란드에서 전체 사망자의 5.1%에 해당하는 8720명이 안락사로 사망했다. 안락사가 합법이기는 하지만, 안락사를 허용받기 위해서는 불치병, 견딜 수 없는 고통, 전문가의 판단, 자발적 의사 표현 등의 6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동반 안락사의 경우 두 사람 모두 해당 조건을 충족해야 해 이행 사례가 더욱 드물다.

네덜란드 안락사 전문기관 ‘엑스퍼티센트럼 유토나시’의 엘케 스와트는 “두 사람이 동시에 회복될 전망 없이 고통받고 있고 두 사람 모두 안락사를 원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며 “동반 안락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동반 안락사 사례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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