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지난 29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종국 감독을 해임했다. 당초 KIA는 28일 직무정지 조치 뒤 검찰 수사 경과를 지켜보며 최종거취를 결정하려 했으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오후 늦게 해임을 전격 결정했다.
이에 따라 KIA 사령탑 자리는 공식적으로 완전히 비워졌다. 구단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다만 사령탑의 부재한 상황에서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하는 KIA 스프링캠프는 김 감독 대신 진갑용 수석코치가 맡게 된다.
29일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앞둔 진갑용 수석코치는 “갑자기 이런 상황이 닥쳤다. 아직 마음의 준비는 안 돼 있다. 호주 전지훈련 가서 코치들과 대화를 통해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라고 갑작스럽게 감독대행 임무를 맡게 된 소감을 전했다.
출국 전 심재학 단장과 미팅을 한 진 코치는 “나도 어제 언론을 통해서 소식을 접했다. 오늘 단장님 잠깐 만나서 이야기 들었는데 책임자로서 책임을 느끼라고 말씀해주셨다. 코치들과 잘 의논해서 우리 하던 루틴대로 하라는 말씀도 해주셨다”라며 “내가 책임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코치들과 많은 대화 나누면서 잘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초반 캠프 운영 계획에 대해 “당연히 미팅부터 해야 한다. 아마 선수들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 내가 따로 ‘너무 동요하지 말고 우리 운동하는 식으로 하자’고 이야기할 것”이라며 “선수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런 계기 통해서 다시 생각할 것이고 낼 잘 준비해서 올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단장과 감독의 잇따른 금품 수수 혐의로 인해 구단과 팬들의 충격은 크다. 무엇보다 순혈주의, 학벌 위주 인사로 인해 구단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KIA는 최근 감독, 단장 인사에서 고려대 출신 인물을 거듭 기용하며 ‘학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잠시 팀을 이끌게된 진갑용 수석코치는 고려대 92학번의 김 전 감독의 한 학번 후배로 대학시절부터 프로 생활까지 오랜 시간 깊은 연을 맺어왔다. 심재학 단장도 고려대 95학번, 최희섭 2군 타격코치도 고려대 98학번이다.
김 전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코치까지 28년 동안 타이거즈 원클럽맨이었다. 김 감독은 타이거즈 순혈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는 광주일고-고려대를 졸업한 뒤 1996년 해태의 1차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입단 당시부터 ‘국가대표 유격수’로 각광받으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은퇴후에도 코치로 부임해 단 한 번도 타이거즈를 떠나지 않았다. 능력을 인정받아 2021시즌을 마치고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부임했다. 부임과 동시에 간판타자 나성범을 잡았고, 에이스 양현종도 복귀시키며 차포를 모두 선물해줬다.
지난해 부진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다시 한번 김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포수 공백에 김태군을 데려왔고 집토끼인 최형우, 김선빈, 고종욱 등도 모두 잡았다. 그 사이에 최근 신인드래프트에서 수확한 김도영, 최지민, 윤영철이 기대에 부응하며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은 계약 마지막 시즌을 시작도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불법적인 금품을 받았다는 불미스러운 개인 비위에 따른 ‘불명예 퇴진’이었다.
사상 초유의 경질 사태를 맞이한 KIA는 변화와 쇄신이 절실하다. 전력을 유지에 성공한 KIA는 내부 승진이든, 신임 감독 선임이든 결정을 빠르게 마치고 분위기를 다잡아야만 다시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다.
빠른 선임을 위해선 내부 승격이 유력한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팀 전력과 코치진이 구성된 상황에서 내부 상황에 정통한 지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부 영입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외부 영입을 고려할 경우 현재 소속 없이 재야에 있는 경험 있는 지도자들이 1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거론되는 인물은 해태와 KIA의 레전드로 불리는 이종범 전 LG 코치다. 이종범 코치는 2023시즌 종료 뒤 미국 메이저리그 연수를 위해 팀에서 나온 상황이다. 워낙 급격하게 상황이 전개된 탓에 감독 선임과 관련해 어떤 구체적인 그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심 단장도 이와 관련해 “지금 아아무것도없는 상태다. 내부 승격과 외부 영입 다 열어놓고 후보군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IA는 2월20일까지 호주 캔버라에서 1차 훈련을 한 뒤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 3월5일까지 2차 훈련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