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옥포항 익사 사건, 왕초로 군림한 남자…수영 내기 아닌 지령

입력 2024-01-2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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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남자는 왜 바다로 뛰어들었을까.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거제 옥포앙 익사 사건’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2023년 10월 11일, 경남 거제도 옥포항 바닷가에 사람이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바다를 수색해 한 명을 구조했지만 다른 한 명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사망자는 50대 윤상훈(가명)씨였다.

당시 상훈씨는 지인 정병석(가명)씨와 누가 더 수영을 잘하나 내기를 하기 위해 옷을 벗고 바다에 뛰어들었고 결국 사망했다. 신고자는 또 다른 지인 이준태(가명)씨였다.

전날 거제에서 만난 세 사람은 사고 직전까지 소주 22병을 나누어 마셨다. 그리고 해병에는 뜻밖의 첩보가 입수됐다. 10살 가까이 어린 이씨가 그들의 왕초로 군림하고 있었고, 그날의 수영 역시 이씨가 지령을 내린 것이라는 것.

그날 상훈씨와 함께 물에 뛰어들었던 정씨와 상훈씨는 고시원에서 만났다. 과거 노숙과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공통점으로 빠르게 친해졌다. 그리고 1년 뒤인 2020년 이씨가 나타났다. 세 사람은 술잔을 나누며 빠르게 친해졌고 이씨는 형님들인 두 사람에게 공손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태도가 달라졌다.

상훈씨의 생활이 달라진 것도 그때부터였다. 기초수급자인 상훈 씨가 끼니를 때우지 못해 살이 18kg이 빠질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 처음에는 엄마의 병원비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이씨에게 빚을 갚느라 막노동까지 하고 있었다.

당시 상훈씨는 청력이 좋지 않고 통풍으로 몸이 좋지 않았음에도 인력사무소를 찾았다. 이는 정씨도 마찬가지였다. 2년동안 이씨가 그들에게 갈취한 돈은 총 1700만원이었다.

이에 대해 이씨의 가족들은 마땅히 받았어야 할 돈이라고 주장했다. 고급 술집에서 술을 마셨고 이를 이씨가 계산을 했는데,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두 사람에게 돈을 내라고 했던 것. 특히 이씨 가족들은 정씨의 밀린 방세, 병원비도 보내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씨는 “내가 빌린 게 아니고 이씨가 자신이 술을 마시기 위해 나를 이용했다. 몸 아파서 병원비 달라고 전화해달라고 했다. 이씨가 시켜서 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나중에야 해경으로부터 이씨에게 빌린 술값이 아주 소수였다는 것을 듣게 됐다.

이씨는 금전 착취 외에도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도록 했고 휴대전화도 검사했다. 약 5시간 거리를 걸어가고 걸어오라는 이상한 지령도 내렸다. 모텔에서 일주일을 머물며 폭행하거나, 두 사람에게 서열을 가리라며 싸움을 시키기도 했다. 익사 사고가 일어나기 일주일 전에는 정씨가 상훈씨에게 맞아 기절해 119에 실려 가기도 했다.

그렇다면 상훈씨와 정씨는 왜 이씨의 말을 거부하지 못했을까. 이씨가 과거 조직 폭력 일원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씨는 과거 급식 봉사단체에서 노숙인을 관리하는 일을 했었다.

특히 한 봉사단체 관계자는 이씨가 노숙인을 괴롭혀 쫓겨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는 자신이 관리하던 장애인의 통장을 이씨가 자신이 관리하겠다며 빼앗아 가더니 몰래 돈을 빼 썼다고도 말했다. 당시 이씨는 1년 동안 500여만원을 몰래 썼다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20대 중반이던 1999년 특수 절도를 시작으로 꾸준히 범죄를 저질러 왔고 결국 가족과 단절되어 노숙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사회복지단체의 지원으로 고시원을 소개받았고 여기서 상훈씨와 정씨를 만난 것이었다.

사고가 있기 바로 전날에도 상훈씨는 인력 사무소를 찾았지만 일거리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밤 고시원 문을 두드리며 돈을 빌렸다. 거제에 있던 이씨로부터 당장 오라는 지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세 사람은 장소를 옮겨가며 술을 마셨고 낮 1시 옥포항으로 이동했다. 바다를 보자며 술을 마시자는 이씨의 제안이었다. 그리고 1시간 뒤 이씨는 두 사람에게 수영하라고 시켰다. 머뭇거리는 이씨와 달리 상훈씨는 먼저 못을 벗고 물 속으로 입수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상훈씨에게 바다에 뛰어드는 행위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평소와 다른 표정에 맞을까 봐 무서운 거다.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구조대의 말에 따르면 이씨는 익사한 상훈씨를 보면서 안타까운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상훈씨가 실려 가는데도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술을 마셨다.

이에 대해 정씨는 “이씨가 ‘간 사람은 간 거고 산 사람은 삽시다’라며 한잔하자고 했다. 속에서 욕이 나왔다”라며 “술이 좀 깬 뒤에 자기랑 연관 짓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서 허위 진술을 했다. 똑바로 이야기하지 못해서 많이 울었다. 눈을 감으면 안 좋은 얼굴로 나타났다. 다 이야기를 하고 난 뒤엔 안 나타났다. 한번 나타났는데 웃는 얼굴이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받으러 오는 과정에서도 피고인에게 겁박을 받은 거 같다. 설득하고 안정을 찾게 해주었다. 조폭 활동 내용에 없다는 것도 어필했다”라며 정씨의 증언으로 이씨를 구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표창원은 “피해자가 왜 죽었을까. 가해자가 아니면 발생하지 않았을 거다. 분명한 명제다. 말렸다면 안 들어갔을 거다. 과연 피해자 죽음은 무엇 때문일까. 가해자 때문이다”라고 말했지만 법적인 문제는 달랐다.

법률 전문가들은 “심리적 지배를 하며 돈 갈취 폭행 행사한 것과 죽음은 법적인 평가에서 구분될 거 같다. 고의가 있어야 한다. 죽을 의도가 있었어야 한다”라며 “이들로 경제적 이득을 얻는 사람이었기데 죽일만한 동기는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씨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했었다. 하지만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송치했다. 지난 10일 검찰도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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