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민] 리스본동물원의 반려동물 묘지

입력 2024-0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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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밤 9시 이후 주택가나 주변 공원엔 식사를 마친 주민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은 산책 도중 이웃을 만나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맥주 한 잔 들고 반려견과 유유히 밤거리를 거닌다.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나는 집에서 좀처럼 나오기 싫어하는지라 춥고 비오는 날에도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고 독백을 한다.

유럽애완동물식품산업연맹(FEDIAF)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910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22년 기준). 이는 전체 가구의 46%에 해당하는 수치다. 3억4000만 마리의 반려동물 중 가장 많은 것은 고양이로 1억2700만 마리이며 개는 1억400만 마리, 관상용 새가 5300만 마리로 뒤를 이었다.

인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반려동물의 수가 많겠지만 객관적 지표인 ‘1인당 소유 현황’을 보면 포르투갈이 1인당 반려견 0.25마리로 유럽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유럽인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에 힘입어 관련 산업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FEDIAF는 2022년 유럽의 반려동물 관리 시장 규모가 536억 유로(약 75조9500억 원)라고 밝혔다.

업계는 고품질 사료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반려동물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은 매년 5~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이하게도 리스본 동물원 안에는 1934년에 조성된 포르투갈 최초의 반려동물 묘지가 있다. 1300㎡ 부지에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잠들어 있는데 대리석 무덤엔 주인들이 보내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과 경의의 문구들이 함께 적혀있다. 연간 94유로(약 13만 원)를 내면 언제든지 머물 수 있는데 가장 오래 묻혀있는 동물은 1946년부터 자리하고 있는 암컷 개란다.

가끔 우리 집 외부 창틀엔 길고양이들이 찾아온다. 거리를 배회하는 게 안쓰러워 사료를 몇 번 줬더니 끼니때가 되면 제 집인 양 와서 내부를 살핀다. 한 번은 우리 고양이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창틀에 소변을 흘려 영역표시를 하길래 사료를 끊었더니 요즘은 방문이 뜸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추운데 잘 지내나 우리가 너무 야박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주변에 많은 캣맘들이 사료도 주고 비를 피할 수 있게 가림막도 마련해줬다. 뿐만 아니라 코임브라시에서는 떠돌이 개와 고양이를 포획해 메디컬 체크를 한 후에 입양가정을 연결해주는 캠페인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동물보호협회가 구매하는 사료에 대해서는 면세혜택이 주어진다고 하니 잘된 일이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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