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진출 '브레이크' 걸린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불법영업' 미인가 업체만 활개

입력 2024-0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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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크립토닷컴, 규제 문턱에 韓 사업 ‘난항’
후오비 코리아는 이용자 급감해 서비스 종료
국내 시장에서 고민커지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한국 금융당국의 높은 문턱에 국내 시장 진출에 고전하고 있다. 국내 규제에 따를 생각 없는 미신고 거래소만 불법으로 활발히 영업하며 세를 넓히고 있다.

바이낸스·크립토닷컴·후오비 등 그간 야심차게 한국 진출을 외쳤던 해외 거래소가 모두 국내 시장에서 뜻대로 사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막대한 거래량에 눈독 들여 국내에서 원화거래소를 운영하려 하지만 쉽사리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먼저 바이낸스는 지난해 국내 원화 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했으나, 금융당국이 임원 변경 신고를 해주지 않아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주주인 바이낸스의 자금세탁방지 리스크도 연계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금융당국이 신고제인 현행법상 근거 없이 국내 진출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국회와 협의해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데에 이어 시행령 개정까지 논의하고 있다. 해외에서 자금세탁 및 금융 관련 법을 위반한 대주주 및 임원이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받지 못 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시행령은 8일 현재 막바지 논의 중이며, 빠르면 이달 안으로 입법 예고될 예정이다.

2년 전 국내 업체 인수한 크립토닷컴, 韓 진출은 아직

2022년 국내 거래소 오케이비트(VASP)와 전자금융사업자 피앤링크를 인수한 크립토닷컴도 국내 진출이 늦어지고 있다. 오케이비트는 SC제일은행과 원화 계좌 계약을 맺으려 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오케이비트가 원화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세탁방지 능력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오케이비트의 원화계좌 변경 신고는 관련해서 계속 논의 중이며 최종적으로 (원화마켓 진입 여부를 두고) 결정이 나지 않았다”면서도 “자금세탁방지에 대해 우려되는 사항에 대해 전달을 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 가상자산 직불 카드 서비스를 제공 중인 크립토닷컴은 국내에서 결제 관련 서비스에도 눈독 들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카드거래 금지 대상에 아예 가상자산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4일 입법예고 했다.

패트릭 윤 크립토닷컴 코리아 사장은 “금융당국과 계속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사업 방향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받았던 후오비 코리아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선보인 지 6년 만에 서비스를 아예 중단했다. 원화 계좌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이후, 거래량이 급감한 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월 후오비 본사와의 지분을 정리하며 독자 노선을 걸었지만, 계속된 적자로 결국 서비스 종료를 택했다. 후오비 코리아는 이달 29일까지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후오비 측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현재의 사업 환경을 고려하여 부득이하게 가상자산 거래소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으로 회사의 입장을 최종 정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국내서 활개

▲미신고 가상자산 거래소 OKX가 지난달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주도 여행 상품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연다고 홍보했다. (사진=독자 제공)

반면 정작 국내 라이센스가 없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는 활발하게 국내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와 손잡고 레퍼럴 광고를 하는 건 물론, 일부 거래소는 제주도 여행 경비 제공 이벤트까지 내세우며 국내 이용자를 상대로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 거래소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1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굳이 국내 VASP를 딸 필요 없다며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다니는 곳 마저 있을 정도다.

최근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 닥사)에서 미신고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닥사의 권한과 책임을 두고 업계에서 늘 비판이 따라붙다 보니 이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자율 규제 단체인 닥사가 왜 신고를 받는지 모르겠다”면서 “사법·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FIU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절차를 강화하는 건 시장이 건전화될 수 있는 선에서 신고 관련 제도를 보완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미신고 사업자에 대해서는 최근 검경 통해서도 미신고 사업자를 보고 있고, 방심위와도 접속 차단을 협의하는 등 적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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