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감독조합, 故 이선균 추모…"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비통하다"

입력 2023-12-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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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이선균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영화감독조합 고(故) 이선균을 추모했다.

30일 한국영화감독조합은 공식 SNS를 통해 “감독에게 배우란 서로 숙명 같은 존재”라며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이 애통함을 변변찮은 글로 추모하는 일이 무슨 의미이겠냐마는 그래도 더 늦기 전에 그를 부서지라 껴안고 애썼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라고 추모의 글을 남겼다.

조합 측은 “이선균 배우는 정말로 한 계단, 한 계단 단단히 자기의 소임을 다하며 힘차게 정상의 계단을 올랐다. 그가 그간 쌓아 올린 작품들 이력만 보아도 그 어디에도 하루아침에 라는 게 없었다”라며 “그는 데뷔 초반 7년간의 오랜 무명 생활을 떨치고 굵직한 드라마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가리는 것 없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가서 날개를 펼쳤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랜 인연의 부탁에 기꺼이 우정 출연과 무보수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고 큰 명성을 기대할 작품에 상대 배역을 빛나게 해주는 것에 절대 인색하거나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라며 “그래서 상대적으로 과한 연기가 드물었던 배우. 그래서 더 용감했던 배우였다. 늘 그가 출연한 작품에 상대 배우들은 이선균 배우 때문에 더 반짝였다”라고 회고했다.

조합은 “그의 범죄혐의가 확정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되었고, 구체적인 수사 상황과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실시간으로 보도되었다”라며 “감독조합은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 과정에서 그가 겪었을 심적 부담감과 절망감을 이루 헤아릴 수 없다”라고 참담함을 드러냈다.

이어 “그가 우리에게 남긴 작품들은 오롯이 그의 소임이 만든 업적들이다. 카메라 앞에서 그가 받쳤던 성실한 연기는 생전에 매 순간 충실히 겪어온 그만의 삶의 응축물들”이라며 “우리는 그를 끝내 지켜주지 못했다. 삶을 던져 카메라 앞에 물질화되어 작품으로 영원히 남겨지는 배우의 숙명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통하다. 이제 와 부끄럽지만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도 반드시 힘을 보태겠다. 고민하겠다”라며 “故 이선균 배우의 영면을 기원합니다”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한편 고 이선균은 지난 10월부터 서울 강남 소재의 유흥업소 실장 A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왔다. 간이 시약 검사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한 신체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고, 고인 역시 마약류인 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근 세 번째 조사를 마친 고인은 지난 27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29일 엄수된 발인에서는 가족과 동료들의 배웅을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아래는 한국영화감독조합 측의 입장 전문.

다음은 한국영화감독조합 측의 입장 전문이다.

이선균 배우, 추모의 글.

어느 시인의 어머니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에게 남긴 것으로 보이는 글이 있다. 그 글 어느 중간에 ‘나는 뜻이 없다. 그런걸 내세울 지혜가 있을 리 없다. 나는 밥을 지어 먹이는 것으로 내 소임을 다했다. 봄이 오면 여린 쑥을 뜯어다 된장국을 끓였고 여름에는 강에 나가 재첩 한 소쿠리 얻어다 맑은 국을 끊였다. 가을에는 미꾸라지를 무쇠솥에 삶아 추어탕을 끓였고 겨울에는 가을무를 썰어 칼칼한 동태탕을 끓여냈다. 이것이 내 삶의 전부다.’ 이처럼 성실히 일해 일군 것으로 자식을 먹여 기르는 데에 소임을 다했다는 한 어머니의 경건한 소회 앞에 부박하기 그지없는 세상을 두고 황망히 홀로 떠나간 이선균 배우를 떠올려본다. 배우의 소임은 한 인간이 자신이 온몸으로 겪고 느낀 것들을 켜켜이 마음 한 곁에 쌓아두었다가 카메라 앞에 그간의 삶을 바쳐 꺼내어 놓는 일이 아닐까 한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자기의 소임을 다했다.

감독에게 배우란 서로 숙명 같은 존재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이 애통함을 변변찮은 글로 추모하는 일이 무슨 의미이겠냐만은 그래도 더 늦기 전에 그를 부서지라 껴안고 애썼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이선균 배우는 정말로 한 계단, 한 계단 단단히 자기의 소임을 다하며 힘차게 정상의 계단을 올랐다. 그가 그간 쌓아 올린 작품들 이력만 보아도 그 어디에도 하루아침에 라는 게 없었다. 그는 데뷔 초반 7년간의 오랜 무명 생활을 떨치고 굵직한 드라마로 세간에 주목을 받았지만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가리는 것 없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 가서 날개를 펼쳤다. 오랜 인연의 부탁에 기꺼이 우정 출연과 무보수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고 큰 명성을 기대할 작품에 상대 배역을 빛나게 해주는 것에 절대 인색하거나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과한 연기가 드물었던 배우. 그래서 더 용감했던 배우였다. 늘 그가 출연한 작품에 상대 배우들은 이선균 배우 때문에 더 반짝였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무명의 배우들을 부득부득 술자리에 데려와 감독들 앞에 자랑하기 바빴다. “감독님. 이 친구 정말 연기 잘해요. 진짜라니까요? 꼭 한 번 같이 작업해 보세요. 진짜요.” “감독님! 이 선배 진짜 진짜 연기 잘해요. 같이 작업하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아요.” <진짜 진짜> <너무너무>를 연발하며 충만한 감정 표현을 해대던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이렇게나 감정이 충만했던 그였으므로 카메라 앞에 작은 몸짓과 한숨 하나로도 적확한 감정을 전달하는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었음을 짐작한다. 우린 그런 그를 잃은 것이다.

그의 범죄혐의가 확정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 되었고, 구체적인 수사 상황과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실시간으로 보도 되었다. 이에 감독조합은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 과정에서 그가 겪었을 심적 부담감과 절망감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작품들은 오롯이 그의 소임이 만든 업적들이다. 카메라 앞에서 그가 받쳤던 성실한 연기는 생전에 매 순간 충실히 겪어온 그만의 삶의 응축물들이다. 언 땅을 녹이고 움트는 새싹처럼, 더운 날에 한 점 소낙비처럼, 낙엽 쌓인 길에 부는 바람처럼, 소리 없이 고요히 내리는 눈처럼, 그토록 충실한 얼굴로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우리는 그를 끝내 지켜주지 못했다. 삶을 던져 카메라 앞에 물질화되어 작품으로 영원히 남겨지는 배우의 숙명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다. 비통하다. 이제 와 부끄럽지만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도 반드시 힘을 보태겠다. 고민하겠다.

故 이선균 배우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2023.12.30. DGK(한국영화감독조합)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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