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새해 벽두 주목되는 대만선거

입력 2023-1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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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의회 양대선거 동시에 치러져
결과 따라 ‘對中 긴장’ 높아질 수도
대만해협 안정위한 국제공조 찾길

2024년은 선거의 해다. 내년에는 세계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가 많이 예정되어 있다. 우선 1월 13일 대만에서 총통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가 동시에 실시된다.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대만선거 결과는 글로벌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총통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등록을 마친 후보자는 3명이다. 여당 민진당에서는 라이칭더 부총통이, 최대 야당인 국민당에서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 대만민중당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이 각각 후보 등록을 마쳤다.

야당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탓에 선거전은 라이칭더가 앞서고 있다. 12월 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라이칭더는 지지율 40% 전후, 허우유이 시장은 30% 정도로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 후보는 20% 미만에서 하락세를 이어가며 3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만은 민주화 이후 민진당-국민당-민진당으로 이어지는 정권교체가 8년마다 반복됐지만, 이번에 만약 라이칭더가 당선된다면 같은 정당이 두 번 연속으로 집권하는 것은 처음이 된다.

우선 전반적인 대내 정책공약에서 각 후보들 간에 큰 차이는 없다. 산업정책 차원에서는 반도체가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는 것을 전제로, 반도체와 비슷한 경쟁력을 가진 다음 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교육, 사회복지, 재분배, 인구 감소와 이민 등 사회정책의 강화도 강조한다. 통상 차원에서도 세 후보 모두 중국-대만 무역관계의 안정화, 투자처 분산 및 대만 회귀라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총통 선거의 핵심 쟁점은 말할 것도 없이 ‘대만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대만 관계다. 유권자의 다수는 ‘중국-대만 통일’도 ‘대만 독립’도 아닌 ‘현상 유지’를 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일관되게 ‘중국은 하나’,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지만, 2022년 대만 중앙연구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국의 주장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0%에 달해 대만 내에서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6년부터 이어진 민진당의 차이잉원 정권은 현재도 4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역대 정권이 임기 후반에 10% 내외로 하락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배경에는 안정적인 외교력이 있다. 차이잉원 정권은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한편, 대만 독립론과도 거리를 두며 현상유지 노선을 견지하는 한편, 미국 일본 유럽 등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통일 리스크를 피하는 외교 전략을 일관되게 전개해 왔다.

그러나 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하더라도 그 앞에는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총통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입법위원 선거에서 민진당의 과반수 붕괴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내정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민진당의 경제-사회 정책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으며, 민진당 관계자들의 비리도 잇따르고 있어 유권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또한 국민당이 지방에서의 조직 동원력도 커서 민진당의 단독 과반수 붕괴가 확실시되고 있다.

총통 선거가 민진당 승리로, 입법위원 선거는 국민당의 선전이라는 결과로 흐른다면 새 총통은 정권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대만에서 예산과 중요 법안을 놓고 정부-의회 간 줄다리기가 심해져 정책이 정체되면 대만의 대내외 정세도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의 움직임이다. 특히 내년 민진당 정권이 연임하게 된다면 유례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반응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정부 이전에는 ‘92년 합의’와 ‘대만 독립 반대’를 중국-대만 교류의 조건으로 삼았으나, 시진핑 정권에서 ‘대만 독립 반대’보다는 ‘중국-대만 통일 촉진’으로 레토릭이 바뀐 점은 신경이 쓰인다. 중국이 군사적 압력과 함께, 미국-대만 분리, 친중파 양성, 대만인 포섭을 위해 영향력 공작을 강화하는 등 강제적 평화통일을 향한 움직임을 가속화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최근 경제 침체 문제를 겪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당분간 대만 통일을 위해 무리한 정책을 펼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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