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 낙서에 ‘국민 분노’…처벌 수위 어느 정도? [이슈크래커]

입력 2023-12-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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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한 모방범행 용의자인 20대 남성 A 씨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연합뉴스)

문화재 보호법 92조 1항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묻지마’ 훼손이 잇따르자 경찰과 엄정하게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습니다. 문화재청도 간과하지 않고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입니다.

16일 새벽 1시 50분께, 경복궁 담장 일대에 신원 미상의 남녀 2명이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구로 낙서 테러를 자행했는데요. 이들은 서울경찰청 동문 담장에도 비슷한 낙서를 자행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다음 날인 17일 오후 10시 20분께 한 20대 남성이 가수 이름과 앨범 이름을 뜻하는 문구로 추가 낙서 테러를 벌였습니다.

추가 낙서 테러를 벌인 가해자는 범행 하루 만에 경찰에 자수했으나 최초 낙서 용의자들은 사흘째 검거되지 않고 있는데요. 경찰은 “현재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압수수색영장 집행이 어려웠으나 오늘내일 중 두 건 모두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19일 밝혔습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공개된 CCTV 영상 속에서 이들은 담장에 낙서 후 휴대전화를 꺼내 인증 사진을 촬영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해당 영상이 확인되자 여론이 분노했습니다. 시민들은 “강력하게 처벌해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너무 심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끔 형량을 높여야 한다”라며 공분을 자아냈습니다.

이에 따라 범인들이 받을 처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경찰은 용의자들의 동선 파악에 주력해 검거에 열을 올리는 한편 경복궁 낙서 테러에 대해서는 문화재 보호법을, 경찰청 낙서에 대해서는 재물손괴죄 등의 혐의를 적용할 것을 시사했습니다.

경복궁은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으로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 지정범위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용의자들은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처벌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데요.

그렇다면 실제 문화재 훼손 처벌 사례는 어떨까요. 15년 전 일어난 숭례문 화재 사건에 대한 처벌 수위를 살펴보겠습니다. 70대 남성 채모 씨는 토지 보상액에 대한 불만으로 사다리를 마련해 시너 3통과 라이터 하나로 숭례문 2층에 불 질렀습니다.

채 씨는 2006년 4월 26일에는 같은 이유로 창경궁에 불을 질러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300만 원을 선고받았는데요. 문화재를 계속해서 방화한 까닭은 경비가 허술해 접근하기 쉽고 인명 피해가 나지 않으며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국가의 소송제도 등 각종 적법절차에 의한 처리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폭력적 불법 행동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한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행위다. 국민은 상상할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한 충격과 수치심으로 고통을 감내하기 어려운 큰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라고 질타하며 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2017년에는 40대 남성이 사적 제153호 울산 울주군 언양읍성 성벽과 주변 학교 등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낙서한 사건이 있는데요. 이 남성은 성벽 약 70m 구간에 욕설과 미국을 비하하는 문구 등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007년에는 30대 남성이 사적 101호 서울 송파구의 삼전도비에 붉은색 페인트로 ‘철거 370’으로 낙서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은 경우가 있습니다. ‘삼전도비’는 병자호란 때 청나라 태종이 조선 인조의 항복을 받고 자기의 공덕을 자랑하기 위해 청의 요청으로 세운 전승비로 치욕스러운 역사에 대한 교훈을 주는 유물이기도 합니다. 당시 유물을 훼손한 남성은 “정치인들이 나라를 잘못 이끌면 치욕스러운 역사를 되풀이하게 된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해서”라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습니다.

▲서울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낙서 테러를 당한 가운데 18일 새 낙서가 발견된 서울 경복궁 영추문 담벼락 인근에서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 새로운 낙서가 발견된 곳은 영추문 낙서 제거 작업 현장 바로 옆으로 낙서는 영문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법조계는 2017년 울산 언양읍성을 훼손한 범인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된 것을 봤을 때, 경복궁 훼손한 범인들도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문화재로서 담벼락이 갖는 가치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는데요. 복원 건축물인 고궁 담벼락도 문화재 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문화재로 볼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미 없는 단순 낙서 혹은 특정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한 행위로 추정되기 때문에 정당성이 없는 범행으로 비춰져 처벌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사건은 형량 자체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분명히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사안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이어 법조계는 경찰청 낙서와 관련, 국유재산법에는 일반인의 손괴나 훼손에 관한 처벌 조항이 없어서 일반 형법의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문화재청은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 처리 전문가 등 20명을 투입해 세척 및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일주일을 예상했던 복구 작업이 추가 훼손으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문화재청은 향후 피의자에게 복구 비용을 물리는 구상권 청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조현호 기자 hy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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