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픽’ 우리집 TV는 골 때리는 그녀들·고려거란전쟁 무한재생 중 [요즘, 이거]

입력 2023-12-18 16:45수정 2023-12-2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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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우리 집의 리모컨 컨트롤러. 한때 릴레이 일일드라마 시청을 앞세운 엄마에게 한발 뒤로 물러났지만, 요새 다시 리모컨을 손에 넣었는데요. 자녀들이 OTT 시청을 택하며 태블릿이나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해당 경쟁에서 벗어났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아빠가 리모컨을 잡게 되면서 우리 집 거실은 과거인(?)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린 시절 봤던 대하사극의 모든 인물을 매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대사를 외우고도 남았을 시청 시간에도 아빠의 한결같은 사랑은 여전하죠. 결국, 이런 아빠의 애정이 더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는데요. KBS의 34번째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거실 침공 작전이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하 큰일났다, 우리 아빠 ‘고려거란전쟁’ 하는 거 알았다

급박한 게시자의 현 상황이 느껴지는 제목이었습니다. 게시자는 이 다급한 제목과 함께 “어쩌지… 모르길 바랐는데”라는 글을 덧붙였는데요. 아빠가 알게 되면 벌어질 상황이 너무도 확실했기 때문이죠.

게시자의 웃픈 상황을 모두가 공감했는데요. 서로 마주친 적 없는 이들이지만 아빠의 시청목록은 너무나 똑같았죠.

“우리 아빠는 아직도 ‘이산’이랑 ‘동이’ 보셔”라는 댓글에 “혹시 우리 아빠세요?”라는 대댓글이 이어졌고요. 이 두 드라마 외에도 대장금, 주몽, 이순신, 허준 등 다양한 사극이 매번 방영되는 거실에서 살고 있다는 이들이 튀어나왔죠.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은 루트에 다들 ‘아빠 국룰’이냐는 반응이 가득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사극을 너무 좋아하셔서 재방 일정을 다 적어드렸더니 너무 고마워하셨다는 얘기부터 OTT에서도 여럿 방영되는 만큼 가입을 하려다 ‘TV 앞 망부석’이 된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말렸다는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정말 다채로웠죠.

그저 한 줄의 글에 엄청난 댓글 세례가 이어지면서 “다들 똑같구나”라며 웃음 가득이었는데요. 재방러, 또또재방러의 아빠에게 ‘고려거란전쟁’을 선물하자며, ‘이제 그 시간은 아빠의 것’이라고 다들 물러나는 분위기로 마무리됐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고려거란전쟁’은 고려와 거란족의 요나라가 충돌한 여요전쟁 중 제2차 여요전쟁, 제3차 여요전쟁을 담은 대하사극인데요. 고려 목종 때인 1009년부터 고려 현종 때인 1019년까지 개경과 서경을 비롯한 한반도 대부분이 역사의 배경이 됐습니다.

아빠의 변치 않는 사극 사랑은 당연 ‘고려거란전쟁’에 닿았는데요. ‘아빠픽’은 요새 드문 본방사수 시청률의 ‘귀하신 몸’이죠.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1회 5.5%라는 적지 않은 시청률로 시작한 ‘고려거란전쟁’은 이번 주 방영된 12회에 9.6%라는 시청률을 올렸습니다. 저번 주 10회는 무려 10%라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성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고려거란전쟁’은 OTT 넷플릭스에서도 방영되는데요. 방영 첫 주 만에 넷플릭스 한국 1위를 차지하는 등 순항 중이죠. 방영이 거듭될수록 현종 즉위, 제2차 여요전쟁 등 굵직한 사건들이 그려지며 기대감은 더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방영 시간만 기다리며 준비 중인 아빠 옆에서 시청 당하던(?) 자녀들도 빠져들었는데요. 아빠의 사극 사랑을 이해한다는 반응으로 바뀌었죠. 자녀와 함께하는 사극 한마당에 아빠들은 더 신이 났는데요.

한 네티즌은 ‘고려거란전쟁’을 기다리며 현종의 업적에 대한 일대기를 들었다며, 엄청난 프리뷰였다는 소감을 남겼죠. 이 또한 다들 공감하며 ‘우리 아빠 한국사 선생님인 줄 알았다’라는 존경심까지 올라왔다는 글도 덧붙여졌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한결같은 사랑의 아빠는 예능 또한 오로지 한길인데요. 모두가 ‘아빠의 원픽’이라고 외치는 예능프로그램은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입니다.

2021년 6월에 시작한 예능프로그램인 ‘골때녀’는 현재 무려 ‘시즌5’를 방영 중인데요. 축구에 진심인 그녀들과 대한민국 레전드 태극전사들이 만들어가는 소모임을 표방하며 ‘여자 축구’의 강인함을 소개하고 있죠.

설 특집 파일럿으로 방송됐지만, 높은 시청률에 힘입어 정규 편성된 ‘골때녀’에는 김태영, 김병기, 하석주, 이을용, 최진철, 이영표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레전드 태극전사들이 감독으로 나섰는데요.

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선수들의 투지가 정말 볼만하죠. ‘풋살 규칙’을 그대로 적용해 선수들의 기량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데요. 리그전, 토너먼트, 하위리그, 상위리그, 풀리그, 슈퍼리그, 챌린지 리그 등 다양한 경기 형태와 승강제까지 도입하며 ‘내 팀’의 슈퍼리그 입성을 열렬히 응원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골때녀’의 최대 시청층은 아빠라인인데요. 저녁 시간 우리 집 거실 뿐 아니라 장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에서 TV 채널은 모두 ‘골때녀’로 맞춰져 있죠. 익숙한 듯 채널을 돌리고 ‘골때녀’가 나오면 멈추는 당연한 시청 순서입니다.

언제나 ‘본방사수’가 우선인 아빠픽을 받은 ‘골때녀’는 시즌1부터 시즌5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 중인데요 현재 시즌5는 5%의 전후의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빠들의 ‘골때녀’ 사랑은 꾸준한 기사 정독으로도 이어지는데요. ‘골때녀’ 방송 다음 날 쏟아지는 기사도 하나하나 클릭하며 마무리 후기까지 완벽한 과정을 거칩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MZ와는 다른 아빠들의 ‘정석 시청’은 제작진과 방송사에도 놓칠 수 없는 귀한 고객인데요. 본방, 재방, 재재방까지 꾸준한 애독자로 함께하죠. ‘아빠픽’이 시청률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요즘이죠.

대표적인 두 프로그램 외에도 MBN ‘나는 자연인이다’,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또 연이어 방송되는 MBN ‘현역가왕’ 등 트로트 프로그램도 아빠의 선택을 받았는데요.

앞선 프로그램과 달리 자연인과 백반기행은 다소 차분한 프로그램인데도 불구 아빠의 시청목룍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트로트 또한 마찬가지인데요. 이 트로트 방송에는 엄마까지 합세하며 ‘부모님 픽’으로 불리고 있죠.

“이것도 한 20년은 보실 듯”

숨기고 싶었지만 결국 아빠가 알게 된 ‘고려거란전쟁’. 행복해하는 아빠를 보며 자녀들은 이 또한 과거 사극처럼 ‘돌려보기’가 계속될 것을 짐작하고야 말았는데요. 그래도 오랜만에 등장한 ‘아빠픽’에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지죠. 오늘도 아빠의 새 사극에 옆에서 맞장구칠 준비를 오늘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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