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늘려 전문성 제고...‘견제장치’ 마련해야
최근 권한은 크게 확대된 반면 견제장치는 전무해 ‘막강파워’로 불리고 있는 금융회사의 사외이사에 대한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제도 보완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의 이사외의 과반수를 사외이사가 차지하고 있으나 이를 견제할 장치가 마땅히 없는 상황이어서 사외이사를 견제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사외이사제도는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 1998년 2월 유가증권 상장규정에 모태가 마련되었으며 이듬해 9월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에서 기업지배구조모범규준을 제정하면서 구체화됐다.
현재 관련법에 의하면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은 이사 총수의 과반수(최소 3인 이상)를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수는 늘었는데 평점은 ‘꼴찌’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은 과반수의 사외이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심지어 전체 이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곳도 많다.
우리금융지주는 이사 8명중 7명(87.5%)이 사외이며, 신한금융지주는 15명중 12명(80%)이, KB금융지주 12명 중 9명(75%), 하나금융지주 15명 중 9명(60%)이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7명중 4명, 신한은행 9명중 7명, 우리은행 11명중 8명, 하나은행 8명중 4명 등 대부분 은행들의 사외이사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도입된 10년이 넘어선 사외이사제도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도 많은 게 사실이다.
기업지배구조개선 지원센터가 조사한 기업지배구조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이사회에 대한 평가는 100점 만점 기준에 26.1점에 그쳤다. 이는 ‘주주 권리보호’와 ‘감사기구’가 각각 60.2점과 48.5점으로 평가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저조한 평가 결과이며, 전체 항목 평균(41.8점)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서강대 박영석 교수는 “지난 외환위기 이후 사외이사제의 도입으로 이사회 의사결정이 투명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많이 나타나고 있으나,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경영정보 제공과 외부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제고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이시연 연구위원도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왜곡될 경우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잠재적인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기 늘리고 전문성 확보해야
특히 금융회사의 경우 사외이사의 자격요건과 전문성 강화는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금융사 이사회의 결정은 거래 기업과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은 사외이사와 사내이사에게 동일한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고 있으나 사외이사는 상근하지 않게 때문에 경영집행사항에 대한 파악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해 대부분의 경영의사결정은 CEO에게 위임하고 경영감독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지동현 KB금융지주 부사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 부사장은 "사외이사는 경영집행사항에 대한 파악이 어렵다"며 "대부분의 경영의사결정은 CEO에게 위임하고, 사외이사는 경영감독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인사권에 대해서도 "CEO 선임 추천만 사외이사가 하고, 부행장을 포함한 나머지 직원 인사권은 은행장에게 주는 것이 맞다"며 사외이사의 인사청탁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특히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넘어 이사회를 장악한 경우 견제장치가 없고, 사외이사 스스로 사외이사 추천 및 보상을 결정하고 있다"며 견제장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대주주와 유사한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외이사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현재 상법상으로 ‘3년 이내’이나 지난 200년 금감원의 행정지도에 의해 대부분의 국내은행들은 사외이사의 임기를 1년으로 단축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을 작용하고 있으며 1년마다 연임여부를 결정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전문성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최소 2년 이상으로 늘리고 중임하도록 하고 외부교육을 통한 전문성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