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의 콘텐츠화... ‘나락퀴즈쇼’의 선풍적 인기 요인은? [요즘, 이거]

입력 2023-12-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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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퀴즈쇼(출처=피식대학 유튜브 캡처)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뽑았나요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하는 붉은 배경의 세트장과 퀴즈쇼를 위해 설치된 텔레비젼 양 옆에 두 명의 진행자가 정장을 차려입고 엄숙한 표정으로 서 묻습니다. 이 퀴즈쇼에 참가하는 유명 게스트는 정답에 상관없이 문제만 풀면 기부가 되는데요. 시작부터 숨이 턱 막히는 질문이 이어집니다.

인기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신규 콘텐츠 ‘나락퀴즈쇼’인데요. 주로 10· 20대에게 선망받거나 인기있는 유명인을 대상으로 정치, 사회, 역사, 사생활 등에 대한 곤란한 질문을 통해 출연자들 곤경 빠트리는 컨셉의 콘텐츠라고 합니다.

8일 오전 기준 누적 조회수 1530만 회, 평균 조회수 306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67만 구독자를 보유한 이 채널에서도 공개 후 단숨에 상위 인기 동영상으로 꼽힐만큼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만큼 댓글 반응도 뜨겁습니다. ‘역시 피식대학’, ‘최근 피식대학 컨텐츠 중 최고’, ‘시작부터 웃기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출처=피식대학 유튜브 캡처)
댓글 ‘좋아요’ 수도 폭발적입니다. “한글날을 경시하며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팬클럽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지금도 어렵게 살아가시는 취약 계층보다 본인의 정치적 신념이 중요하신 미미미누님 화이팅입니다!” 나락퀴즈쇼 3화 교육 유튜버 미미누 편에서 달린 이 댓글은 ‘좋아요’ 수가 무려 4만9000개에 육박합니다.

지난해부터 대세 밈으로 올라선 ‘나락’은 주로 인터넷 방송에서 자주 쓰이는 유행어인데요. 나락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불교에서 유래한 단어로, ‘죄업을 짓고 매우 심한 괴로움의 세계에 난 중생이나 그런 중생의 세계’를 뜻합니다. 인터넷 방송 상에서는 누군가가 잘못을 저질러 시청자들의 민심이 이탈한 상태를 표현한 유행어입니다.

채팅 문화에서 발전한 이 ‘나락’이라는 유행어는 인기 BJ가 발언이나 행동에 대해 실수할 경우 채팅방에 ‘나락이다’, ‘나락 갔다’ 등으로 도배가 되곤 하는데요. 여기서 더 나아가 반대어인 ‘극락’, 어려워도 즐기자는 뜻의 ‘나락도 락(rock)이다’라는 유행어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밈들을 폭발적으로 승화시킨 것이 나락퀴즈쇼입니다. 밈의 명성에 답하듯 첫 회에 출연한 래퍼 언에듀케이티드에겐 다짜고짜 “정치를 잘했다고 생각한 대통령 3명 꼽으세요”, 아내와 함께 출연한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 전태풍에게는 “결혼 전까지 몇 명과 연애했냐”, “다음 중 가장 섹시한 치어리더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을 서슴없이 던집니다.

▲나락퀴즈쇼에 출연한 충주시 김선태 주무관(출처=피식대학 유튜브 캡처)
교육 관련 유튜버 미미미누는 “잼버리 사태, 누구 잘못인가?”라는 물음에 입을 다물지 못하며, 충주시 공무원이 겸 유튜버 김선태는 “이회창·정동영·홍준표·이재명 대통령 후보 중 가장 아쉽게 떨어진 사람을 고르시오”라는 질문과 함께 “이들 중 투표한 후보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가장 어려운 질문은 인물 퀴즈입니다. 인물 사진을 제시하고 독립운동가인지 친일파인지 선택하는 문제가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은 같이 문제를 풀며 한편으로 ‘독립운동가를 알아야겠다’면서도 실소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락퀴즈쇼가 인기몰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유명인들의 실수를 유발하는 콘텐츠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과거 ‘몰래카메라’, ‘뜨거운형제들’ 등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죠. 하지만 최근에는 주류 콘텐츠에서 멀어진 것이 사실인데요. 인기는 돌고 돈다고 하죠. 출연자의 실수를 유도하는 콘텐츠들이 다시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나락’이라는 밈은 이제 인터넷에서 문화가 될 정도로 강력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나락퀴즈쇼’의 선풍적인 인기가 가장 원초적인 금제를 풀어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유명인들이 할 수 없는 금기시된 발언들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죠.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짓궂은 질문을 하고 즐거움을 주는데, 기존의 공중파 예능에서처럼 대본에서 짜여지는게 아니기 때문에 재미가 배가 되는 것이다”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역사 인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측면을 상기시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나락퀴즈쇼의 인기 비결에 대해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의 발언에서 발췌하자면, 웃음이 ‘금기를 넘는 지점’ 즉, 선을 넘는 아슬아슬함에서 포인트가 나온다”며 “말 한마디에 나락간다고 하는 상황들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데에서 스릴이 있다. 대중들은 유명인이 출연해 집중해서 보는 과정에서 그들의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는 거다. 노골적이고 가장 직관적이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그는 “‘소위 말해 ‘위험한 발언’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과도하게 엄격해지며 금기시 됐다. 금기가 풀리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시원함을 느낀다”며 “또 한편으로는 전체 맥락을 보지않고 비판하는 여론의 행태를 자주 보고 행해왔기 때문에 이 콘텐츠를 통해 그러한 것들을 개인 스스로 승화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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