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상태’에서도 환자 살린 30대 의사, 5명에 새 삶 주고 떠나다

입력 2023-12-0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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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시스)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의사가 장기 기증으로 환자 5명을 살리고 떠났다.

서울성모병원은 7일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은애 임상 조교수(34)가 전날 심장, 폐장, 간장, 신장(2개)를 5명의 환자에게 기증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던 중 머리가 아파 화장실에 갔다가 갑작스러운 구토와 어지러움 증상을 겪었다. 화장실 밖 의자에 앉아있던 이 씨는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계속되자 행인의 도움을 받아 근처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병원에서 뇌출혈(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은 이 씨는 수술을 진행해도 상황이 쉽게 호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문의 소견에 따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이어가던 이 씨는 자발호흡 및 뇌간 반사 소실 등 뇌사 상태에 빠졌고 가족은 아픈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고인의 뜻을 이어가고자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고인의 아버지는 “깨어날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삼은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장기 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 씨는 부모님이 결혼 후 7년 만에 어렵게 얻은 맏딸로 중고등학교 전교 1등, 의대 차석 졸업, 전공의 전국 1등을 하는 등 학업 성적도 뛰어나고 성실한 의사였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 후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었다.

이 씨의 여동생은 “(언니는)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인생의 모토였다“며 ”의사 생활로 힘든 와중에도 가족들의 고민을 항상 들어주고 마음도 헤아려줬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장기 이식 수술을 마친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박순철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으로 최선을 다했던 딸이 끝까지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고인 가족의 숭고하고 뜻깊은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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