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뿌렸는데 베스트셀러…‘세이노의 가르침’이 주는 교훈 [이슈크래커]

입력 2023-12-05 16:39수정 2023-12-0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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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도서출판‘데이원’)
‘세이노의 가르침’이 2023년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조사됐습니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Say No’라는 필명을 가진 자산가가 2000년대 초반 언론과 카페에 연재했던 글에 새로운 원고를 더해 출간한 책입니다. 2023년 3월에 종이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원고가 PDF 형태로 무료 배포되기도 했습니다. 분량이 상당한 편이라 출간 전에는 제본 형태로 원고를 가지고 계셨을 분들도 계실 텐데요. 세이노는 700페이지가량의 글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삶의 지혜와 성공의 비결을 전하고 있습니다.

세이노는 “내 의도는 마비된 줄도 모르고 그저 눈 감고 있던 당신의 삶 구석구석을 바늘로 찔러 ‘아하, 그런 거였구나’하고 깨닫는 자각이 생기게 하는 것이었다”고 말하며 20여 년 전부터 독자들에게 영감과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데요. 어느덧 자기계발서 계의 바이블이 된 ‘세이노의 가르침’은 공식 출간과 동시에 ‘39주 연속 종합 10위권 유지‘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주춤해진 자기계발서 인기에 불을 붙였습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경제·경영과 한국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자기계발 분야의 인기가 눈에 띈 한해였다”고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올해의 책 ‘세이노의 가르침’의 인기 요인부터 저자, 핵심 내용까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익숙해진 것들에 ‘No’ 라고 말하는 사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세이노의 가르침’의 저자 세이노는 학연, 혈연, 지연, 정치적 배경 없이 홀로 현재의 자산을 이루어 낸 순자산 천억 원대의 자산가입니다. ‘현재까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는 뜻을 담은 ‘세이노’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본명이나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단호한 필명 아래 직접 익힌 경험들을 특유의 돌직구 화법으로 과감하게 전달할 뿐입니다. 고교 시절부터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이노는 삶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그것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자 이왕 살 거 “피보다 진하게 살자”라는 생각으로 일과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삶의 지혜와 부자가 되는 방법 등을 터득하게 되었고 세월이 흘러 독자와 나누게 된 것이죠.

세이노는 자신이 글을 통해 경험을 전하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며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에 대하여 모르는 척하기가 좀 미안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글을 올려다보면 다른 이들이 그 내용에 덧붙여서 점점 전파가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위선들에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며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죠. 이러한 신조는 원한다면 모든 이가 책을 볼 수 있도록 ‘무료 PDF’를 항시 공개하는 방침으로 이어졌습니다.

인기요인은 ‘다회독’, ‘진정성’, ‘시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판계에서는 ‘세이노의 가르침’의 인기를 이례적인 사례로 보고 있는데요. 출간 전에 원고가 PDF 형식으로 무료 배포됐기 때문입니다. 도서정가제, 매체 다양화 등 다양한 이유로 종이책 구매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누구에게나 무료로 공개된 책을 굳이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해 볼 독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죠.

짧은 글에 익숙한 요즘 독자들에게 700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의 분량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세이노의 가르침’은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었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첫째, 저렴한 가격입니다. 책으로 어떠한 이득을 남기지 않겠다는 저자 세이노의 뜻에 따라 도서출판 데이원은 책을 제본서 수준의 가격으로 내놓았는데요. 현재 ‘세이노의 가르침’은 오프라인 및 온라인 서점에서 72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할인을 적용하면 6480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700페이지가 넘는 책의 가격이라기엔 매우 저렴한 가격입니다.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 덕분에 이미 파일이 온라인상에 공개돼 있다고 해도 종이책을 선호하거나 소장하길 희망하는 독자는 책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죠. 심지어 책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는 책을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여러 권 구매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책을 읽고 자신의 가르침을 실천해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저자의 의도대로 책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낮아진 것이죠.

둘째, ‘반복해서 읽으면 더 좋은 책’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지식’보다 ‘경험’을 전하고 있습니다. 독자가 책을 통해 배운 내용을 단순히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할 때 가치가 발현되는 책이라는 것인데요. 그래서인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며 자신의 상황에 맞게 소화하고자 하는 독자가 많습니다. ‘세이노의 가르침’ 도서 리뷰 페이지에 들어가면 “25년 전에 처음 이 책을 만난 뒤로 성경처럼 읽고 또 읽었다”, “20대, 30대, 40대에 읽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아무리 많이 읽고 지식이 만 가지 쌓여도 한 가지를 실천하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부터 한 가지라고 실행해 보겠다” 등의 리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미 무료로 책을 읽었더라도 계속 반복해서 읽으며 삶에 적용하고 싶다는 독자의 의지가 종이책 구매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시대적 필요입니다. 전쟁, 주식 시장의 급락, 핵심 산업의 변화 등 경기 흐름의 부확실성이 극대화된 시대 아래 안정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성공 법칙’이나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수익을 위해 알맹이 없이 ‘성공 팔이’를 하는 저자들도 많아졌고요. 스스로의 힘으로 천문학적인 부를 이룬 부자이며 돌려 말하는 법 없는 세이노의 가르침이 더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세이노가 전하는 ‘직설적인 진심’

‘세이노의 가르침’은 크게 1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느껴질 때’, 2부 ‘부자로 가는 길목에서’, 3부 ‘삶의 전반에 조언이 필요할 때’로 나뉩니다.

먼저, 1부에서는 주로 힘든 시기를 벗어날 수 있는 가르침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실패하면 제로 점으로 내려가라’, ‘무슨 일이든지 더 잘하는 방법이 있다’, ‘미래를 계산하지 마라’ 등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고 싶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에게 현재를 딛고 일어나 도전할 일을 찾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왜 절망하는 것일까? 미래의 상황을 현재의 처지에 비추어 미리 계산하기 때문이다 . 그저 이 순간부터 당신의 미래 언젠가에 무슨 일인가가 새로 일어날 수 있도록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하라. 절대로 ‘내가 이걸 배워서 어디다 써먹겠어? 내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하는 따위의 생각은 추호도 갖지 말라” (미래를 계산하지 마라 中)

다음으로 2부에서는 ‘돈’과 ‘부자’라는 속성을 깨우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돈에 대한 위선을 버려라’, ‘시간이 돈이 되게 만들어라’, ‘야망을 갖지 마라’, ‘금융지식이 부자 만들어 주지 않는다’ 등 부자가 되기 위한 실질적이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있는데요. ‘사기꾼 판별법’과 같이 세세한 경험도 잊지 않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꿈 깨라. 꿈을 갖고 야망만 품으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는가? 꿈과 야망이 없는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누구나 성공의 꿈을 품고 살아가는데 왜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라는 말인가.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은 야무지고 원대하게 품지만 그 꿈을 실현시키는 아주 작은 단계들은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기 때문이다” (야망을 갖지 마라 中)

“그저 1년 정도 앞의 목표만을 세우되 1000만 원을 모으는 것 같은 소박하지만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세워라. 그러한 목표가 정하여지면 당신은 이제 당신의 수입에서 얼마를 떼어 내 얼마 동안이나 저축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산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행동 지침이 당신 자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세워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제 남은 일은 그 행동 지침에 따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조만간 목돈을 쥐게 될 것이며, 바로 그 목돈이 종잣돈이 되어 부자의 길로 접어드는 첫 계단에 올라갈 수 있게 된다” (야망을 갖지 마라 中)

끝으로 3부에서는 일상 속에서 체득한 지혜를 나누고 있습니다. ‘좋은 의사, 변호사를 만나는 법’과 같이 매우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부터 ‘물건을 잘 사야 잘 산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와 같이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작은 고민들에 대한 경험을 전합니다.

“짧은 기간에 한 분야에 대한 책들을 몰아서 읽어라”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中)

“때로는 돈 버는 데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책들도 읽어라”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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