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의 우문현답] 결혼, 이제 ‘선택’에서 ‘성취’로?

입력 2023-11-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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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안정된 직장+주거마련 성공
부모에게도 자녀결혼은 곧 ‘성취’
결혼율 급락…혼외출산에 관심을

‘취업은 필수, 결혼은 선택!’ 이 구호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졌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1990년대 초반부터 빈번하게 들려왔던 것 같다.

‘결혼은 선택’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 의미는 결혼이냐 독신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언제 할 것인지, 또 누구와 할 것인지를 보다 주체적으로 선택하겠다는 의사가 반영된 선언에 가까웠다.

결혼은 선택이란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은 시종일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2021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 ‘하는 편이 좋다’에 동의하는 비율이 남성 57%, 여성 33%였던 반면, ‘결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데는 남성 37%, 여성 57%가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남성 입장에서는 여건만 허락된다면 결혼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감지된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결혼을 하겠다는 것인지 안 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고 불분명할 때가 많다. 단순한 설문만으로 결혼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현실의 심층적 진단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최근의 트렌드는 ‘결혼=선택(choice)’을 지나 ‘결혼=성취(achievement)’로 이행하고 있는 듯하다. 결혼이 성취란 의미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성취를 향해 달리는 현대사회의 속성에 더하여, 다양한 의미가 덧붙여져 있음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일단 결혼하기로 결정한 커플이라면 안정된 직장에 다니거나 적정 수준의 수입이 있음을 의미하고, 신혼살림을 시작할 주거 마련에도 성공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하객 앞에서 결혼 서약을 해도 좋을 만큼 평생 믿고 의지할 만한 파트너를 만났음을 의미한다.

결혼이 성취란 증거는 조건이 비슷한 ‘끼리끼리 결혼’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결혼 시장의 흐름 속에서도 나타나지만, 20대 중반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다 보면 심증이 더욱 굳어진다. 일례로 이들은 비혼 선호에서 결혼 선호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는데, 부모 입장에서도 자녀의 결혼은 성취라는 설득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자식 결혼을 책임과 의무라 생각했던 이전의 부모 세대와 비교해보면 분명 의미있는 변화가 진행 중인 듯하다. 부모로서 공부도 시킬 만큼 시켰고 취업 지원도 아끼지 않았고 집 마련에도 도움을 주었음은 물론, 짝을 지워 당당하게 독립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자녀의 결혼=성취’라는 것이다.

번거로운 결혼식을 생략하고 혼인신고만 하겠노라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즉각적 반응은 ‘우리 딸(혹은 아들)이 어디가 부족해서 식을 안 올리려 하느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한다. 나아가 호혜성에 입각해서 ‘이미 축의금 지출을 해왔으니 우리도 거둬들이는 것이 공평하다’는 부모의 설득에 자녀들도 수긍하게 된다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혼인 건수는 19만 2000건으로 1995년 43만 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몇 쌍이 결혼하는지가 크나큰 사회적 중요성을 갖는 이유는 물론 출생률과 깊은 관계가 있기에 그러하다. 결혼과 출산의 분리가 진행되고 있는 유럽에서는 신생아 10명 중 4명은 혼외 출산으로 태어난다. 이곳에서는 기혼 부부의 출산이든 동거 커플의 출산이든 싱글맘의 출산이든 차별 없이 국가가 양육 및 교육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면 미국은 혼외 출산을 둘러싼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한편에서는 저학력 저소득층 여성을 중심으로 높은 혼외출산율을 기록 중인데, 이들의 출산은 ‘빈곤의 여성화’ 현상으로 연결되기에, 사회적 시선 또한 호의적이지 않다. 다른 한편에서는 고학력 고소득 여성을 중심으로 SMBC(Single Mother By Choice, ‘자발적 싱글맘’이란 의미)의 비율이 증가 중이라고 한다. 결혼은 노(No), 출산은 예스(Yes)를 원하는 여성들의 선택지로 환영받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과 일본과 중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국가에서 유독 혼외 출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강하다는 것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결혼 의지도 약화되고 있고, 설혹 원한다 하더라도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는 층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결혼과 출산의 관계를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결혼과 독신 사이의 선택지로 동거, 싱글맘, 공동체 등에 대한 젊은층의 솔직한 심정을 묻는 설문을 통계청 조사 항목에 포함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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