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약류 관리도, 유해 화장품 대처도 엉망인 식약처

입력 2023-1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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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어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 소홀로 지난 4년간 폐업 의료기관들이 보유했던 174만 개의 마약류 의약품이 국가 감시망에서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다른 곳도 아닌 공공부문에 마약 관리의 큰 구멍이 뚫려 있던 셈이다. 이래서야 어찌 마약과의 전쟁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의료기관이 폐업할 때는 재고 마약류 의약품을 다른 병원, 도매상 등에 양도양수하고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추적·관리가 불가능하다. 미보고 시 처벌도 엄격하다. 식약처는 마약류 의약품이 불법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8년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부실하게 운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에서 일명 ‘좀비 마약’이라고 불리는 펜타닐과 레미펜타닐 4256개, 프로포폴 7078개, 케타민 1097개, 졸피뎀 9만4594개 등의 추적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아제팜 및 알프라졸람은 116만여 개나 행방이 묘연했다. 이번 감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식약처가 수행한 업무 중 마약류 의약품 관리 등을 중점 대상으로 실시됐다. 감사 기간이나 대상을 늘렸으면 또 어떤 기겁할 감사 결과가 나왔을지 모를 일이다.

미보고 마약류 의약품은 이미 불법 거래됐거나 앞으로 거래될 공산이 크다. 감사원이 폐업 의료기관 13곳을 표본 조사했더니 5곳이 마약류의약품을 분실 또는 임의 폐기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13곳 중 다른 5곳은 대표자가 연락이 끊겨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2곳은 이미 담당 보건소가 고발했다.

식약처는 프로포폴 오남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이 있는데도 지나쳤다. 앰플 주사제 의약품은 환자에 따라 사용량이 다르다. 보통 포장을 뜯어 사용하고 남는다. 감사원이 식약처 시스템을 분석했더니 최근 4년간 1만1000여 곳에서 프로포폴 사용 후 잔량이 없다고 보고했다. 감사원이 10곳을 골라 조사했더니 5곳이 허위 보고였다. 잔량 추정량은 약 4만7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33만mL였다. 빼돌린 프로포폴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 길이 없다.

관리가 허술한 것은 마약류만이 아니다. 식약처는 중금속 오염, 농약 검출 등 유해 식품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소비자가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최근 3년간 14건을 누락했다. 인체에 해로운 화장품 원료 발견 시 신속 조치해야 하지만 4년 넘게 방치하기도 했다. 결국, 유해 우려 물질이 함유된 화장품이 시중에 대량 유통됐다. 2900만 개가 넘는다.

식약처는 과학을 기반으로 식품·의약품 안전관리를 책임진다는 정부 기관이다. ‘국민 안심이 기준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안전한 식의약’과 ‘건강한 국민’이란 비전도 있다. 여러모로 가관이다.

낯뜨겁지도 않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학적 능력에 앞서 기본 소양부터 의심스럽지 않나. 식약처는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종합청렴도평가에서 4등급을 받았다. 최하위 수준이다.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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