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위원회 예비심사검토보고서…"재정건전성 정책 추진에 의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고향사랑 기부제'와 만기 5년을 채운 청년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는 '청년도약계좌' 등 내년도 31개 조세특례 조항의 국세감면액 규모가 '0원'으로 산정됐다. 기획재정부가 국세감면액 규모 추정이 곤란할 경우에 감면 규모를 '0원'으로 산정하고 있어서다. 내년 국세감면율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국가재정 파악을 위해 국세감면 효과가 과소 추정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송주아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이 작성한 기재부 소관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조세특례 조항 중 기재부가 조세특례에 대한 수요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거나 신고의무가 없어 이를 관리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등의 이유로 추정이 어렵다고 밝힌 항목은 총 31개다.
기재부는 조세특례 항목으로 인한 국세감면액 규모 추정이 곤란할 경우 동 조세특례로 인한 감면 규모를 '0원'으로 산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추정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감면 규모가 0원으로 산정될 경우, 그만큼 조세지출 효과가 과소 추정돼 국가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조세지출은 개별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각종 비과세·감면·공제 등 조세특례에 따른 재정지원을 의미한다.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재정지출과는 달리 숨겨진 재정지원의 성격을 보유하고 있어 '숨은 보조금'으로도 불린다.
보고서는 "기재부가 조세특례로 인한 국세감면 효과의 추정 가능 여부를 충분히 검토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는 기부자가 자신의 주민등록지상 거주지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최대 연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 '고향사랑 기부제'와 관련해 "기부가 연말까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이루어질지 몰라 그로 인한 세액공제 금액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기재부는 예산안 제출 시점에서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통해 지자체가 기부받은 금액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다른 기부금 세액공제 항목의 월별 진행 추이 등을 참고해 연말까지의 대략적인 기부액 수준을 추정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충분히 추정이 가능한 항목임에도 기재부가 감면액 추정이 곤란한 것으로 분류했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기재부가 추정이 곤란하다고 밝혀 감면액이 '0원'으로 계상된 항목으로는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비과세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과세특례 △개인택시용 차량 구입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장학금 중 대학생이 근로로 지급받는 장학금 비과세 △비거주자·외국법인의 국채 등 이자·양도소득 비과세 등이 있었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내년도 조세지출에 따른 국세감면액은 77조1144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는 감소하는데 국세감면액은 늘면서 내년 국세감면율도 법정한도(14.0%)를 2.3%포인트(p) 넘어선 16.3%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기재부 장관은 국세감면율이 법정한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감면 규모가 0원으로 산정된 조세특례가 많을 경우 법정한도를 훨씬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는 정부가 재정준칙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국세감면액 규모가 법정한도를 넘어 증가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는 재정지출 증가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억제했다고 밝히며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연도별 국세감면 추이를 살펴보면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내년 국세감면율의 경우 2020년 이후 4년 만에 법정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재부는 조세지출로 인한 감면액을 추정함에 있어 추정 곤란으로 분류하는 항목을 최소화함으로써 국세감면 전체 규모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