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 풀지만 생존에 '역부족'…업권 "성장 지원 정책 필요"[폭풍전야 저축은행④]

입력 2023-1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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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비수도권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 위해
규제 완화책 내밀었지만…실효성 부족 지적
지방 중소형저축銀 "성장 지원제도 필요"

8년 동안 이어진 저축은행 ‘79개 체제’에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 상승, 분양시장 침체 등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인한 ‘빚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권 전체 상황도 좋지 않지만, 자산 규모 하위에 있는 지방 저축은행들의 부실 위험은 더욱 크다. 이 때문에 금융 업계에서는 위기 업체들을 걸러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정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본지는 전체 저축은행들의 위험성과 위기에 처한 지방 저축은행을 전수조사해 4회에 걸쳐 현상 진단과 해결책을 조망해 보고자 한다.

2011년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저축은행업계는 혹독한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고객 신뢰 상실, 영업 규제 강화 등으로 수십 개의 저축은행들이 문을 닫고 전체 시장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위기를 타개하려는 업계의 몸부림과 자정노력으로 고객의 신뢰는 회복했지만, 업황 악화에 수년간 시달렸다. 계속되는 시련에 결국 금융당국도 족쇄를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규모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규제를 풀어주는 것만으로는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당국의 확실한 성장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6월 저축은행의 부실채권(NPL) 민간 매각을 허용했다. 기존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만 매각할 수 있었던 개인연체채권을 민간 NPL 회사에도 팔 수 있도록 길을 터줘 건전성 관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7월엔 비수도권 저축은행과 부실 저축은행에 한해 인수합병(M&A) 허용기준을 완화했다. 자금중개기능을 향상하고 합병 등을 통해 특히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영 건전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규제 완화에 업계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비수도권 중·소형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 M&A에 대한 수요는 저축은행들 사이에서 많지 않은 상태다. M&A를 통한 정리가 시급한 저축은행은 주로 지방에 영업기반을 둔 중·소형사들이다. 업권 전반의 건전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이들 저축은행을 인수해 영업구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금융사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 부실 수준이 큰 비수도권 저축은행을 M&A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자산규모 하위 20개 저축은행의 연체율 단순 평균값은 6.3%. 자산총계가 23배가량 큰 상위 20개 저축은행 5.08%보다 1.22%포인트(p) 높다. 연체율이 높은 자산규모 하위 20개사는 2곳만 영업구역이 인천·경기이고 나머지는 지방이다. 반면 상위 20개사는 서울(14곳), 인천·경기(6곳)로 모두 수도권에 영업기반을 두고 있다.

건전성 관리를 위한 NPL 매각 규제 완화 역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앞서 7월부터 이달까지 NPL 매입회사와 저축은행 간 간담회가 수차례 열렸지만,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연체채권 매각 사례는 없다.

한 중·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NPL 매각은 주기적으로 고려 중이지만, 현시점에서 매각 규모는 정해진 바가 없다”며 “시장가액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매각) 활성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매각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첫 거래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활성화 유도책을 제공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실질적인 생존에 도움이 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부산ㆍ경남 지역의 한 중ㆍ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지방 저축은행 영업 환경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 기반 저축 은행들에 대한 당국의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ㆍ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역 의무 여신 비율 완화, 수도권 영업 한시적 허용 등 중소형사들의 성장 지원을 지원하는 정책 인센티브가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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