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자산규모가 커도 실적을 못 내면 위험하다

입력 2023-10-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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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채로 잘 알려진 위니아가 이달 초에 부도설에 휩싸이더니 결국은 어음을 막지 못해 10월 5일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했다. 그리고 연이어 어음 부도 소식과 대출원리금 연체사실발생을 알렸다.

사실 최근 재무제표에서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별로 없고 적자 폭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결기준 재무상태표를 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보유한 자산이 7707억 원, 갚아야 하는 부채가 6406억 원이다. 자본이 1301억 원이라 괜찮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갖고 있는 현금은 779억 원에 불과한 데 반해 갚아야 하는 차입금이 3256억 원일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 자산 규모가 크지만 대부분 영업활동을 위해 보유한 자산인데 매출은 25% 넘게 줄어서 736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매출 감소 폭이 40% 가까이 되다 보니 영업적자는 반기에만 695억 원 달했다. 벌지 못하고 계속 까먹다 보니 운영자금을 대출에 의존해야 해서 차입금 이자율이 무려 14%까지 높아졌다. 이자비용만 2022년 반기보다 87%나 증가한 109억 원이나 된다.

이런 사태는 분명 위니아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보유현금 보다 갚아야 하는 대출이 훨씬 많은 중소, 중견기업들은 실적이 악화하면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나빠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처럼 여러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이나 시설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을 정도는 안 되기 때문에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회사의 재무상태표에 자산이나 자본 숫자가 크니까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늘 경계해야 한다. 만약 투자하거나 관심 있는 회사의 자산이 크다면 보유한 금융자산이 어느 정도 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올해 같은 불황으로 실적이 악화하여도 보유한 현금이 갚아야 하는 차입금보다 많다면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되는데 그렇지 않은 재무구조라면 견디는 것이 녹록지 않다. 금리 오름세로 인해 이자비용 부담까지 커지는 상황인데 매출은 감소하고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비용만 늘어나고 있으니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다.

흔히 저PBR(주가순 자산비율) 종목을 가리켜 자산주, 저평가 주라고 한다.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자본(순자산)이 시가총액보다 크면 PBR이 1 미만으로 극심한 저평가라고 판단하는데 위니아처럼 금융자산이 아닌 영업자산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는 상태에서 적자가 지속한다면 절대 저평가가 아니다. 만약에 위니아가 청산한다고 가정해보자. 위니아 자산 총액의 38%에 해당하는 유형자산과 18%에 해당하는 재고자산 중에 돈 될만한 자산이 얼마나 될까?

토지와 건물을 매각해서 제법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쓰던 기계장치나 공구는 팔아도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많지 않다. 재고자산은 마진을 남기면서 정상가격으로 판매하기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가의 가전제품을 사면서 향후 A/S까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한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아무리 싸게 할인판매를 한다고 해도 살 의향 자체가 높지 않을 것이다. 즉 이런 자산들이 장부상으로는 수천억 원이 잡혀 있지만, 막상 청산가치를 계산하게 된다면 금액은 많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영업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이나 재고자산이 많다고 회사가 저평가라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그 자산들은 매출액부터 영업이익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므로 자산 규모 보다는 손익을 살펴봐야 한다.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보니 기업들의 실적도 안 나오고 주가 또한 대부분 우하향 추세에 접어들었다. 빛나는 종목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또 긴 불황의 터널을 나와서 좋아지는 시기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미리 씨를 뿌리려는 투자자들도 있을 텐데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면서 돈 많고 돈 잘 버는 기업으로 압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순히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지표 몇 개를 봐서는 안 되고 사업보고서 전체를 분석해야 지금 뿌린 씨가 나중에 큰 과실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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