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 ‘고용호조성장’ 현상 나타났지만…기업 인력난 여전”

입력 2023-10-24 14:17수정 2023-10-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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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4일 BOK 이슈노트 ‘팬데믹과 Job-rich recovery’ 발간
“팬데믹 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고용률 상승 현상 나타나”
“대면 서비스 회복·근로시간 감소·근로조건 유연화 등 영향”
“근로시간 감소, 93만명 증가 효과”
“60세 미만·공공분야 제외한 데이터, 의미 찾기 어려워”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관광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틀간 진행되는 관광산업 일자리박람회는 167개 관광 관련 구인기업들이 참여하며, 정부가 올해 1000만명, 2027년 3000만명의 방한 외국관광객을 목표로 설정하면서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관광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팬데믹 후 고용률이 빠르게 상승하는 ‘고용호조성장(Job-rich recovery)’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면 서비스 회복, 근로시간 감소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24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팬데믹과 Job-rich recovery’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2020년 2분기~2023년 2분기) 고용률은 3.2%%포인트(p)상승했다. 과거 4차례 경기회복기에 고용률이 3년간 0.5%p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오른 수치다.

연구를 맡은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은 고용 회복 배경으로 △대면 서비스 회복 △근로시간 감소 △근로조건 유연화 및 사회적 통념 변화를 꼽았다.

대면 서비스는 팬데믹 충격 초기에 서비스업 취업자수가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방역 대책 해제 이후 서비스산업 노동시장이 빠르게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달 이내에 빈일자리가 채워질 확률을 의미하는 ‘매칭 성공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또한 근로시간 감소가 취업자수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전일제 취업자(36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은 2019년 46.3시간에서 올해 상반기 45시간으로 줄었다. 반면 단시간 취업자(36시간 미만)의 비중은 같은 기간 19.8%에서 23.2%로 늘었다.

연구팀은 “팬데믹 이후 근로시간 감소는 워라벨(work-life balance)에 대한 선호 강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정부 직접 일자리 정책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BOK 이슈노트-팬데믹과 Job-rich recovery’ 보고서 중 (한국은행)
연구팀은 근로시간 감소가 결과적으로 취업자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노동공급량은 총 근로시간(총 취업자수×1인당 평균 근로시간)으로 정의한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노동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취업자수가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취업자수 증가 효과는 93만명(2020년 1분기~2023년 2분기 평균)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근로조건 유연화 및 사회적 통념 변화로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가 폭넓게 확산되면서 육아부담이 있는 기혼 여성들이 일하기에 유리한 근로환경이 조성된 것 역시 고용률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 이전 기혼 여성의 유연근무제 활용 비중은 14.4%(2019년)였으나, 2021~22년 중에는 20%를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팬데믹 이전 대비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은 각각 1.7%p, 1.3%p 상승한 반면 남성 고용률은 0.3%p 상승하고 경제활동참가율은 0.7%p 하락했다”며 “특히 육아 부담이 있는 유자녀 여성의 고용률 상승이 무자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팀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노동공급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사라졌음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수출기업보다 내수기업들의 인력사정이 상대적으로 더 악화된 것이다.

노동시장이 타이트해지면서 기업들이 빈일자리를 채우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간 미스매치 심화도 인력난을 가중 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팬데믹 이후 미스매치 지수가 큰 폭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팬데믹 이후 산업별 노동수요 변화에도 불구하고 산업간 고용재조정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과정에서 민간과 공공을 별도로 분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60세 미만 민간 분야 전일제 취업자’만 별도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인일자리 등 공공일자리 비중이 큰 60세 이상과 공공행정·보건복지·농림어업 취업자를 제외한 전일제 환산 취업자가 상반기 1905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9만1000명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도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 통계에 사용된 취업시간별 근로자 수는 평소 취업시간이 아닌 조사대상주간에 ‘실제 얼마나 일했는가’를 조사한 결과”라며 “이를 기준으로 36시간 미만·이상 취업자를 단시간 근로자 내지 전일제 근로자로 해석하거나, 36시간 미만 취업자 증가가 일자리의 질이 낮아졌다고 해석하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 7회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중견기업계 최대 일자리 박람회로 전년 대비 30% 증가한 우수중견기업 100개사가 채용부스를 운영하고 대학생·마이스터고 등 고졸인력·온라인을 통한 해외유학생 등 국내외 청년 1만여 명이 참가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공공행정 분야 자체는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작다. 반영 여부에 따른 큰 변화가 없다”며 “공공일자리는 정부에서 직접 일자리가 1년에 100만개 정도로 팬데믹 초기부터 3년간 고정된 상태다. 실질적으로 고용지표가 증가하는데(전년대비 기준) 거의 기여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60세 미만, 공공행정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까지 포함한 공공분야를 다 제외하고 풀타임 취업자로 계산하면 취업자수가 조금 줄어든 것으로 나온다”면서 “(이 같은 데이터는) 경제적 의미가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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