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살적 버릇 여든’ 가는 금융교육

입력 2023-10-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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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영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장

어릴 때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면 한참이 지난 성인이 되어서도 자전거 타는 법을 까먹지 않는다. ‘자전거 타기 = 금융교육’ 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금융도 어릴 때부터 제대로 배워야 하고, 자전거 타기만큼 (혹은 더)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 청소년들의 금융과 투자에 대한 교육기회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심각한 열위에 있다.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받지 않고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갑자기 주변에서 투자를 하는 모습을 보고 FOMO 압박을 받아 무턱대고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 등 SNS를 통한 투자는 유혹적이지만 그만큼의 위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끔은 무분별한 쏠림투자와 ‘영끌’, ‘빚투’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능한 한 빠른 시기, 즉 초중고 시절에 금융과 투자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 금융·투자교육 확대를 위해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을 자주 만나 본다. 우리나라는 학생들을 위해 수업시간에 제공되는 금융교육은 거의 없고 열정과 사명감을 가진 몇몇 선생님들이 동아리, 창의체험, 특별활동시간 등에서 본인의 시간을 쪼개 금융교육을 시키는 게 전부다. 선생님들이 말하는 학교 금융교육의 어려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생님들은 교육에 관련해서는 최고의 전문가지만 금융이나 투자에 관한 전문가는 아닐 수 있다. 가르치면서도 잘못된 내용이 있을까 걱정이 든다고 한다. 이런 경우,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금융교육 전문가 지원이 충분히 가능하다. 선생님들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금융투자 직무연수’를 제공하고 ‘지역별 특강’도 수시로 개최할 예정이다. 학급에 금융교육 강사 파견을 요청하면 여의도의 전문가를 선별해 보낼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된다.

둘째, 금융교육을 위한 교재와 자료 준비가 어렵다. 초·중·고등학생의 눈높이에 딱 맞는 자료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투협에서 선생님들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학년별, 연령별 맞춤교재를 만들어 제공할 예정이다.

세 번째, 금융교육은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중요한 교육주제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청소년들은 “투자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코인투자나 심지어 도박이라고 답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는데, 학교나 가정에서 올바른 교육이 제공되지 못하다 보니 잘못된 인식을 가지기 쉽다. 가정에서 부모가 용돈관리부터 소액투자까지 아이들이 자산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면 평생 소중한 교육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지만 어려운 문제로 제도적 측면에서 금융교육 시수확보가 절실하다. 고등학생 입장에서 수능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에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중학생은 자유학년제에서 다양한 과목을 교육시킬 수 있지만 금융과목이 선정되기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 초등학생은 담임선생님의 지도하에 교육이 가능하긴 하지만 위에 언급한 선생님들의 전문성, 교보재 등의 부족으로 실제 교육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계류되어 있지만 ‘금융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모든 아이들이 워런 버핏처럼 11살에 우선주 투자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양하고 재미있는 금융교육을 잘 받은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워런 버핏 못지않은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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