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한 '정무위 국감'…또 보여주기식 그치나

입력 2023-10-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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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질문'도 '명쾌한 답변'도 없어
증인채택 요구하며 고성만 오가

▲10일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도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 요구의 건을 의결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으십니까?” “이의 있습니다.”

17일 오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러 의원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야 간사 간 합의를 통해 도출된 국감 증인·참고인 명단에 대한 것이었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은 “그럼 표결을 하지 않고 이의 있으셨다는 걸 회의록에 적시하고 가결하도록 하겠다”며 증인 채택 안건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추가된 증인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등 일반증인 12명과 참고인 1명이다.

올해 국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본인이 신청한 증인을 채택해 주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따져 물었다. 이날도 다수 의원은 “왜 매번 내가 요구한 증인을 채택해주지 않느냐”며 고성을 내기도 했다.

급기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동료 의원들을 향해 “내가 전임 간사로서 고충을 말하는데 여러분들이 원하는 증인을 다 부를 수 없다”면서 “7개 은행의 준법감시인을 증인으로 불러서 질문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가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작년에도 5대 은행장을 증인으로 불렀지만 결국 말 한마디 해보라는 정도로 국감이 끝나지 않았나. 그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막무가내식 증인 채택 요구로 국감이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단순히 잘못을 저지른 증인을 앞세워 호통을 치거나 사과만 요구하는 식의 국감은 매년 논란거리다. 향후 대책 마련이 아닌 보여주기식 국감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에도 국감 현장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은행장들이 증인으로 나왔지만 여야 의원들의 호통에 연신 고개 숙이는 모습만 비쳐졌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사과를 받는 것이 전부인 듯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어떤 방안도 요구하지 않았고, 은행권의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받지 못했다.

올해 국감 역시 같은 문제를 놓고 도돌이표 양상이 이어졌다. 이날 진행된 국감에서도 내부통제 문제 지적을 위해 5대 시중은행과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의 준법감시인을 증인으로 불러 들여 내부통제 문제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하지만 날카로운 질문도, 명쾌한 답변도 얻지 못한 채 한쪽에선 호통만 치고 한쪽에선 사과만 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이대로면 결국 윤 회장을 비롯해 금융지주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만 높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한편,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의 내부통제 문제나 예대마진 수익 문제 등이 한 은행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데서 준법감시인 7명을 증인으로 불렀는데 논의를 통해 답변이 미진하다 싶으면 19일 추가 논의를 통해 금융지주 회장을 부르는 방향으로 논의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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