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비은행대출 감독권 없는 한국은행, '이창용 이후' 대비해야

입력 2023-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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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대부자 이론’이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여러 학술 논문에 따르면 해당 표현은 1797년 프랜시스 베어링(Francis Baring)이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200년이 훨씬 넘은 지금도 해당 이론은 유효하다.

올 여름 한국은행은 대출제도를 개편했다. 은행이 한국은행에 돈을 빌릴 때 맡겨야 하는 대출적격담보 범위에 지방채, 공공기관채, 우량 회사채를 새로 추가했다. 그러면서 사모발행증권(사모채)는 제외했다. 나아가 비은행권에도 대출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지난해 흥국생명 사태(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이행), 새마을금고 사태(부동산PF 부실)를 겪은 이후 비은행권 위기 시에 한국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모인 것이다.

현재 한국은행법에서 정의한 ‘금융기관’(제11조)은 ‘은행법’에 따른 은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은행지주회사다. 보험사, 상호저축은행이나 신탁업무를 보는 회사는 제외한다. 일각에서는 은행과 비은행의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비은행권에 대한 ‘평등’한 대출을 논하기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비은행권 감독권이다. 이창용 총재는 올해 창립기념식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강도 높게 발언했다. 감독기관과의 정책 공조를 강화하면 된다는 것인데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은행권에 대한 감독권도 제한을 두고 있는데, 그조차도 없는 업권에 대한 대출이 괜찮겠냐는 의문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공조(한국은행법 제88조, 검사 및 공동검사의 요구 등)하고 있다. 전제는 ‘통화신용정책 수행에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 한국은행은 금감원에 검사 결과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고, 금감원은 따라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 입장에서 검사 속도는 빠르지 않다. 금감원은 한국은행으로부터 검사 또는 공동검사를 요구받은 날부터 1개월 내에만 응하면(한국은행법 시행령 제15조의 3)된다. 예를 들어 월초에 공동 검사를 요청하면, 금감원은 월말까지만 그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일반 시중은행조차 기업대출을 할 때 직접 현장을 방문하면서 심사를 한다. 다른 기관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존하지 않는다. 직접 감독하면서 대출 여부를 먼저 심사하는 것과 공조를 통해 대출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해외 중앙은행의 비은행권 대출제도를 말하기 전에, 해외 중앙은행은 어떤 감독권을 가졌는지를 따져볼 필요도 있다.

나아가 이창용 총재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한국은행 안팎으로 이 총재에 대한 신뢰는 두텁다. 비은행권 대출제도가 개편된다더라도 외부의 남용, 오용을 차단할 것이란 믿음이 형성돼 있다.

이 총재는 과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이 기간 금융당국의 행정업무와 이해관계가 복잡한 금융시장을 경험했을 것이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비은행대출을 강조하는 근저의 경험치이기도 하다.

리스크, 금융안정의 명분하에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지원은 당연시되고 있다. ‘재정지원→금융지원’에서 이제는 한국은행으로 그 손이 뻗치고 있다. 200년여 년 전에 경제인이 정립한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이론’이 지금도 중시되는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감독권도 없고, ‘신뢰 받는’ 이창용 총재도 없는 한국은행 대출제도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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