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까지…고민 깊어지는 이창용

입력 2023-10-1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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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이달 19일 예정…올해 금통위 2회 남아
기준금리 1월 이후 5회 연속 동결…조정 여부 ‘이목’
‘이-팔 전쟁’에 국제유가→물가 상승 부담 커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다음 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이창용 총재의 고민이 깊어졌다. 중동 지역 정정 불안이 확산하면서 대외 리스크 요인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조가 여전히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9일 예정돼 있다. 올해 금통위는 이날과 11월 30일, 단 두 번 남았다. 현재 기준금리는 3.50%다. 금통위는 1월에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 5회(2·4·5·7·8월) 연속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없을 뿐 아니라, 미국 연준 인사들도 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휴 기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전쟁이 발생하면서, 중동지역의 정정 불안이 국내 기준금리 결정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동지역 이슈가 국내 경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정도는 크지 않지만, 국제유가 상승 등 상품가격 변동으로 국내 기업 경영 여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전쟁 발발이) 중동으로 확전 시 원유 수송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원유 생산량 200만 배럴 감소 시 원유 재고는 6000만 배럴 줄어들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 가능할 것이라 추정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는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빌딩이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붕괴된 채로 있다. 이스라엘은 전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막대한 인명피해가 나자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가자지구(팔레스타인)/EPA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은 중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기준금리 결정 배경 중에 이 같은 부분이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심사인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10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연준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본다. 불안감이 커진 상태에서 금리를 올린다는 행위는 불안에 불안을 더하는 것이고, 이는 어느 나라 통화 당국이나 마찬가지로 느끼는 바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국채 2년물이 전일 대비해서 12bp(1bp=0.01%p) 하락하며 5% 밑으로 다시 한번 떨어졌다”며 “이번 중동 이슈가 나오기 전만 하더라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였는데 지금 5%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금리 인상을 못 한다는 쪽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9월 위기설’, ‘10월 위기설’도 있었지만 국내 자금·채권시장의 불안도 해소되지 않고, 국제적으로는 미 국채금리 상승이 개방된 금융시장을 통해서 국내 시중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는 상황에 대외 돌발 요인이 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국제 석유의 생산지 근처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발생을 했고 특히 물류의 길목에 위치한 국가에 해당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면에서는 물가 쪽을 통해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물가에 영향을 준다면 (금리처럼) 물가 하락 요인은 아니고 상승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만큼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함준호 한국금융학회장은 “수요 측면의 충격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좋아진다면 통화정책을 통해 금리를 올려서 대응할텐데 이번 중동 지역 사태는 공급 측면의 충격이면서 실물 경제 활동에 마이너스 요인”이라며 “통화정책은 경기와 물가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라는 걸 통해 공급 측면에서 부정적인 충격이 오면 기대인플레이션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 연준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물가 경로가 목표 수준으로 쉽게 못 내려오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면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확률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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