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가습기살균제 공청회 개최…업계 입장차만 재확인

입력 2023-09-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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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애경·SK케미칼 대표 참석…보상기준·분담률 놓고 이견

▲26일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다만, 관련 조정안과 관련해 사태를 일으킨 업체들의 입장차만 재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피해 구제 방안 논의에 대한 진척은 없었다.

국회 환노위는 이날 오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옥시레킷벤키저·애경산업·SK케미칼 등 기업 측 관계자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앞서 2011년 산모 4명이 원인 미상의 중증 폐질환으로 잇따라 숨지면서 불거졌고,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한 결과 환자들이 가습기살균제를 자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습기살균제 위해 성분은 1994년부터 정부의 유해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흡입독성 평가를 거치지 않은 채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돼왔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 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7859명이며, 이 중 1825명이 사망했다.

피해구제는 2014년 첫 공식 피해 판정이 나오면서 시작됐으며, 2017년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특별법은 피해자들에게 요양급여와 구제급여를 지급하고, 구제급여 대상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피해자를 위해 특별구제계정을 설치해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2021년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들과 제조·유통 기업들 사이에서 조정을 진행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조정위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피해구제위원회와 구분되는 민간 기구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관련 기업 간의 협의를 통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조정안을 마련해왔다.

조정위는 작년 3월에는 9개 기업이 피해자 7000여 명에게 최대 9240억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최종 조정안을 내놨지만,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 등 관련 업체들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아 합의가 무산됐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인 옥시와 애경은 보상 기준과 기업 간 공정한 분담 비율 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옥시 박동석 대표는 "조정의 기본요건인 가습기살균제 문제의 종국적 해결, 합리적인 조정 기준, 그리고 기업 간 공정한 분담 비율이 조정안에 반영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따라서 향후 조정안 논의 시 이러한 기본요건의 반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관련 기업들이 법적 책임 범위를 넘어서서 피해 구제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정안에서 협의된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종국적으로 해결된다는 점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며 "조정이라는 취지에 맞게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양보와 타협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보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근원적인 책임이 있는 원료물질 사업자에게 총액의 20%에 해당하는 만큼의 분담금만을 부과했다"며 "향후 조정안에 대한 논의가 재개된다면 원료물질 사업자의 책임이 적어도 가습기살균제 사업자만큼은 되도록 기업 간 공정한 분담률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경 채동석 대표는 "기업에서 제시했던 의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종국성과 기업 간 합리적 배분"이라며 "여러 당사자들이 참여한 조정안을 조율하고 성사해 나감에 있어서 정부 또는 환경부가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다 보니 종국적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채 대표는 "상장기업의 입장에서는 조정안을 수용하게 되는 경우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당사를 비롯해 조건부 의사를 피력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종국성 보장 등) 이러한 요건이 더 명확하게 반영된 조정안을 요청드렸고, 앞으로 이런 부분들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원료물질 제조업체인 SK케미칼은 조정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K케미칼 김철 대표는 "모든 이해 당사자가 만족하긴 어렵지만, 조정위원회에서 마련한 조정안 및 권고안에 대해서 수용의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다"며 "그러나 어렵게 마련된 조정안이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청회에 참석한 피해자단체 대표들은 대체로 조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김미란 가습기살균제 간질성폐질환 피해 유족과 피해자 단체 대표는 "국회는 (조정위의) 민간 사적 조정이 아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주요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하루속히 점검해 주고 이행하게 해야 한다"며 "특히, 환경부가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 것인지 점검하고 즉시 이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요한 전북 가습기 피해자연합 대표는 "SK케미칼이 원료물질 공급책이기 때문에 10~20%의 비중이 아니라 50~60%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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