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헝클어진 한국 경제 ‘혁신적 전환’을

입력 2023-09-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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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OECD의 9월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5%로 12위에 그치고 있다. 전 세계 평균 성장률은 3%이고, G20 국가의 평균 성장률은 1.5%다. 게다가 2022년 OECD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상승할 때 우리나라는 감소하였다. 지난해 감소세가 올해에도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GDP는 주로 민간 소비와 수출에 좌우되는데, 올 8월까지 수출이 전년 대비 무려 8.4%나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성장엔진 식고 중국 등 대외여건도 나빠

이 보고서만 보면 한국은 성장을 주도하는 개도국에서 그저 그런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라는 표현은 성장률 둔화, 높은 실업률, 높은 인플레이션, 높은 부채비율 등 경제적 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를 일컫는다. 이를 아시아에 적용하면 한국은 ‘아시아의 병자’로 추락할 것인가?

과연 그러한지 살펴보자. 근래 들어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이끄는 엔진 역할을 상실하고 있으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더디게 성장하는 것이 사실이다.

세금 부담도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높고, 사업기획에서 승인까지 과정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심각한 인구문제, 과다한 가계부채, 지속 불가능한 국민연금, 청년실업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동시에 조선이나 건설, IT부문 등에는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이러한 병증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채와 실업률은 아직 양호한 편이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보자. 미국도 한국만큼 구조적 문제가 적지 않다. 이 나라는 수십 년간의 탈산업화와 엄청난 사회적 불평등, 낙후된 인프라를 안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과 같은 국가도 고령화 사회, 관료주의, 숙련된 인력 부족, 때로는 높은 법인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시에 이들 국가의 공공부문 부채는 한국보다 훨씬 많으며 대개 실업률도 높다.

한국은 비교적 우수한 교육제도와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산층으로의 편입비중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1인당 GDP 추이를 보면.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7년부터 2022년 사이에 38% 성장했다. 같은 시기 독일은 13% 성장했고 프랑스는 겨우 6% 성장했으나 이탈리아는 오히려 3%가 넘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물론 우리 경제는 앞에서 언급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선진국과 비교하여 한국 경제의 성장이 뒤처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국내외 기업의 투자유치나 사업계획에 대한 승인 절차는 지금보다 빠르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당시 썩 괜찮은 성장률을 보였다. 당면한 경제 문제는 내수의 걸림돌인 부동산 부문의 침체, 과도한 가계부채에 따른 소비둔화와 대중국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다. 특히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다른 국가보다 한국은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청년실업·연금개혁 등 정면돌파해야

우리는 아직 ‘아시아의 병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많은 나라가 팬데믹이 초래한 영향, 공급망 교란, 기후 변화, 에너지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에 살고 있다. 불확실한 국내외 환경에서 우리는 창의적인 답을 찾아야 하는 ‘시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해결방안은 패러다임의 혁신적 전환이다. 기존의 기득권 카르텔을 인정한 채 관료주의를 조금 줄이고 세금을 약간 인하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건전재정, 청년실업, 인구문제, 연금개혁과 같은 구조적 난제에 도전할 담대한 용기와 정책적 결단이 필요할 때다. 헝클어진 실타래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실오라기를 하나씩 푸는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바로 잘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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