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번 외워 도둑질한 유치원생…되레 학부모는 민원 제기”

입력 2023-09-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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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집 교사 집에 몰래 들어가 햄스터를 가져간 아이와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되레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의 사연이 전해졌다.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사 집에서 도둑질한 7세, 제가 그만둬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강원도 춘천의 한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A씨는 “제 딸은 7세 반이다. 같은 아파트에 딸과 같은 반인 아이들이 몇 있는데 그중에 한 명을 집으로 초대했다. 노는 모습을 보는데 친구가 제 딸이 용돈 받는 걸 듣더니 지갑 위치를 묻고 저금통도 만졌다”며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런 건 알려주는 게 아니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해 줬다. 이후 마트에 갈거라며 다 같이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A씨는 “장을 본 뒤 집에 돌아왔는데 햄스터가 없어졌다. 이상한 느낌에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니 제가 나간 뒤 딸 친구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서 무언가를 들고 나가는 영상이 찍혔다”면서 “아이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는데 나오지 않으셔서 급한 마음에 비상 연락처로 연락을 드렸다. 처음에는 ‘어떡하죠? 찾아볼게요’ 하더니 애가 집에 놓고 왔다고 우겼다. 영상을 본 지인 등 전부가 애가 손에 뭘 들고 나갔네 하시는데 그 집 부모님만 아니라고 한다”고 언급했다.

A씨는 “다른 것 필요 없고 아이들끼리 사과를 주고받은 뒤 햄스터만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니 ‘어쩌라는 거냐’며 화를 내고 ‘내 아들 때리기라도 하라는 거냐’며 소리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거듭되는 사과 요청에 상대 부모는 아이를 데려왔고 아이는 ‘미안해’ 한마디 하고 놀이터로 향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A씨는 근무지에서 더 당혹스러운 연락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비상 연락망을 사적 용도로 이용했다며 아이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A씨는 “머리가 띵할 정도로 속상하다. 경찰서를 통해 신고하고 연락했어야 했나. 아이 배려하는 차원에서 영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린 게 이렇게 민원의 대상이 될 줄 몰랐다”며 “빈집에서 작지만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 급한 마음에 가지고 있던 연락처로 연락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제 실수 인정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과도 없고, 제 직장동료들이 어머님의 항의를 듣고 있는 이 상황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됩니다”“무단침입해놓고 적반하장이네”“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교사들을 향한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교권침해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자녀가 모기에 물렸다며 주의를 당부한 학부모로 고민이라는 한 어린이집 교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어린이집 교사 B씨는 “모기 패치, 모기 기피제 다 뿌리고 교실에는 액체 모기향 피우고 중간중간 모기 기피제 뿌리는데 모기 두 방 물려왔다고 신경써달라는 학부모님”이라며 “아이가 모기 물려 긁으면 속상해서 약 하나라도 더 발라주고 가려움 덜 하게 얼음찜질해 주고 긁나 안 긁나 수시로 확인하는데 ‘모기 물려왔다고 신경 써달라’‘어린이집에만 가면 모기 물린다’고 한다. 어떤 학부모는 화만 내고 연락 두절”이라고 적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은 7월 25~26일 실시한 설문조사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교권침해 접수 실태를 발표했다. 교총에 따르면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총 1만1628건으로 교권침해는 학부모에 의한 사례(8344건)가 학생에 의한 사례(3284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학부모의 교권침해 유형은 아동학대 신고·협박이나 악성민원 사례가 6720건(57.8%)으로 가장 많았다. 폭언·욕설이 1346건(16.1%)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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