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만능통장 민원에 '몸살'

입력 2009-05-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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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항의 전화 '봇물'..."상담업무 마비"

은행권이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주택청약종합통장 가입자들의 항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가 소득공제 범위를 제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기존 가입자들의 문의와 항의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입자들의 항의성 민원이 하루종일 계속되고 있다"면서 "영업점의 상담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영업점뿐만 아니라 본점도 끊임없는 영업점 문의에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5일 기획재정부가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소득공제 범위를 기존 주택청약저축에 준하는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최종 확정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가 주무부서인 재정부와 협의를 채 마치기도 전에 "주택청약저축처럼 소득공제 혜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게 화근이 됐다.

여기에 은행들도 가입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미확정된 사항을 적극 홍보하고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고객들의 기대치만 부풀려 놓은 셈이다.

결국 정부와 은행만 믿고 가입한 약 300여만 명의 순진한 고객들은 정부의 뒤늦은 결정에 우롱당한 기분이다.

은행으로서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토부가 소득공제 여부를 확정짓기도 전에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이다.

판매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상은 애초부터 언급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정부가 적극 검토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은행으로서는 홍보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고객의 또 다른 불편을 무주택 세대주로서 소득공제를 받을 경우 주민등록등본과 무주택확약서 등 관련 서류를 영업점을 방문해 추가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행 영업점에는 정부의 '소득공제 제한 방침' 발표 이후 소득공제를 받고자 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무주택 세대주를 입증하는 문제는 연말에 필요한 사람에 한해 관련 서류를 직장에 내도록 해도 되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의 이중적인 행정으로 고객과 은행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청약저축 가입자도 현재 '무주택'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면서 "일부 가입자들의 불편이 예상되지만 관련법과 절차상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설익은 정책과 이중적인 행정으로 고객의 불편은 물론 정부와 은행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하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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