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공단, 10대 자녀들에 국가시험 맡기고 40억 지급”

입력 2023-09-20 14:00수정 2023-09-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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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실태' 공개...문재인 정부 '정조준'

▲감사원 (연합뉴스)

국가자격시험 답안지 파쇄 사고를 일으켰던 산업인력공단이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등 직원 가족수백명을 시험위원으로 위촉하고 40억 원의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인력공단은 앞서 4월 시행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에서 채점되지 않은 필답형 답안지를 파쇄 처리해 609명의 수험생들이 재시험을 치르는 초유의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20일 감사원에 따르면 공단은 2018~2022년 8월까지 직원 배우자 328명을 시험위원으로 위촉해 총 수당 39억을 지급했고, 일부 배우자에 대해서는 연 최대 278일을 위촉해 사실상 상용직처럼 활용했다. 또한, 미성년 자녀 10명을 39회에 걸쳐 위촉하는 등 직원 가족 373명을 총 3만4199회에 걸쳐 시험위원으로 위촉하고, 수당으로 40억여 원을 지급했다. 특히, 한 공단 직원의 배우자 A 씨는 해당 기간에 총 422회 위촉돼 위촉수당으로 1억107만 원을 받았다.

감사원은 출연·출자기관의 경영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방만경영, 사업관리 부실 등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퇴직자 챙기기, 성과급 과다 지급 등 '제 식구 챙기기식' 사례도 적발한 감사원은 관계 기관에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확인된 비위 행위 관련자에 대해선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155개 공공기관 및 출연금(기관) 관리 관련 법·제도를 대상으로 분석 분야를 설정한 후 자료를 제출받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감사원은 "5년간 공공기관에 투입된 출연금 증가율이 50%에 달하는 등 막대한 재정 투입에 비해 기관의 효율성·책임성 제고 노력은 미흡했다"며 "이에 출연·출자기관의 경영혁신 및 책임성을 제고하고자 감사를 실시했다"고 감사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정조준한 셈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먼저 퇴직자 단체와 고가계약을 체결해 예산을 낭비하거나 직원 성과급을 과다지급하고, 노조를 우회 지원하는 등 '제 식구 챙기기식' 방만경영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한국환경공단은 퇴직자가 설립한 법인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법정 기준보다 퇴직자 인건비를 높게 책정해 노무비 71억 원을 과다 지급했다. 산업인력공단은 국가자격시험을 운영하면서 배우자‧미성년 자녀 등 직원 가족을 시험위원으로 상시 위촉하고, 40억 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무단결근 후 골프장 출입, 허위 병가, 음주운전 등 복무규정 위반과 출장비·연구비 등 공금 횡령, 고위직의 지위를 이용한 갑질 등 공직기강 해이 사례도 적발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 9명은 골프장 이용을 위해 재택근무지 등을 무단이탈했고, 한국환경공단 등 18개 기관에서는 총 24명(팀장급 이상)이 음주운전으로 입건됐지만, 해당 기관이 인지하지 못해 징계 등 미조치됐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임원은 전문교육기관 경영자 과정에 참여하면서 직속 부하 직원에 논문 자료수집, 작성 등을 하도록 지시해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지인이 설립한 자격 미달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특정 업체와 계약하기 위해 입찰자격을 부당 제한하는 등 위법·부당 계약 사례도 확인됐다. 국토연구원 연구책임자는 대학 동문에게 업체를 설립하도록 한 후 관련 분야 경력도 없는 해당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3억7000만 원의 용역을 발주했다. 과학창의재단은 직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업체를 법령에 따라 부정당업체로 제재하지 않은 채, 오히려 추가로 2억 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위법한 채용 제한을 둬 퇴직자를 재채용하거나 채용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를 채용하는 등 채용·인사업무의 공정성을 훼손하기도 했다. 원자력의학원은 본부장(2급)을 채용하면서 주무 부처와의 협의 사항과 달리 60세 이상 연령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해당 기관 퇴직자를 재채용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7개 기관은 우수 연구자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 '퇴직자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면서 일반직에 임의 적용하거나 연구성과가 부족한 연구자도 노사협의로 재고용하는 등 정년연장 수단으로 악용했다.

소극행정이나 부실한 사업관리 등 주요 업무를 태만히 처리한 기관도 있었다. 새만금개발공사는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타당성 검토를 소홀히 해 타당성 없는 사업(순현재가치 -142억 원)을 추진했으며, 법령상 선결 요건에 대한 검토 없이 설계용역을 발주한 이후 선결 요건 미이행에 따른 사업중단으로 인해 용역비 선금 12억 원이 낭비됐다.

출자·출연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기획재정부의 경우, 적립금 보유 현황을 알지 못해 예산 편성에 반영하지 못했으며, 공공기관이 회수해야 할 금전을 관리 없이 방치해 당초 편성목적과 달리 집행되게 하는 등 재정관리가 소홀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기재부는 다수의 출연기관들이 불요불급한 2100억 원의 적립금을 보유하면서 매년 적립액이 증가하는데도 이를 알지 못해 예산 편성에 미활용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와 관련해 △출연금을 규율하는 법·제도 체계 정비 △이사회·자체감사기구 내실화 등 내부통제 기능 강화 △평가·감사 등 체계적인 외부 감독장치 마련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수립, (재)출자기관 평가체계 마련, 상위직 축소 등 인력운용 효율화, 수의계약 최소화 등 투명성 제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적 사항은 관계기관에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확인된 비위 행위는 관련자에 대해 징계 요구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엄중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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