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농형 태양광으로 식량ㆍ에너지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입력 2023-09-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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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큐셀, 영남대 실증단지서 설명회

농산물 생산ㆍ태양광 발전 병행
수확량 80% 수준…오히려 늘기도
수평ㆍ수직 배치로 발전량 분산
“금융 지원책 등 지원책 필요”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전경. (사진제공=한화큐셀)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보존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농가소득 개선 등 국가 식량안보 문제에 이바지하는 만큼 영농형 태양광 사업의 보급이 확대돼야 한다” (임도형 한국동서발전 미래기술융합원장)

추석을 앞두고 찾은 경북 경산시 소재 영남대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실증단지에 들어서자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된 600평(1983㎡) 규모의 농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3.5m 높이로 설치된 태양광 모듈 아래에는 노랗게 물든 벼와 굵은 대파가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지난 13일 영남대에서 영농형 태양광 설명회를 진행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서 농작을 멈추고 발전만 진행하는 일반 태양광과 달리 농산물 생산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것을 말한다. 농촌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농가소득을 증대할 방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하부에는 농사를 병행하는 시스템이다. 작물의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여분의 일조량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트랙터 등 농기구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2m 이상 높게 설치한다. 2000년대부터 일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에서 시행 중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시범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농업 활동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구조물별 특성이 상이한 편이다. 흔히 농작물 위에 설치하는 방법으로 친숙한 ‘수평설치형’은 일정 높이 위에 태양광 모듈을 수평으로 설치한다. 반면 ‘수직설치형’은 농작물 옆에 세운 형태로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수평설치형과 수직설치형을 적절히 배치해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발전량을 분산할 수 있다”며 “홍수 피해를 막아주고 우박으로부터의 피해도 감소하는 등 다양한 순기능이 증명되고 있다”고 밝혔다.

육상 태양광보다 모듈을 높게 설치하기 때문에 작은 모듈을 사용해 구조물의 하중을 줄여 안전성을 높였다. 한화큐셀이 2021년 12월 새롭게 출시한 영농형 태양광 모듈은 일반 모듈보다 50% 작은 ‘협소형’ 하프컷 형태다. 하부 작물 광합성량이 증가할 뿐 아니라 하단부에 집중되는 우수량을 60% 수준으로 감소시켰다.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에서 대파를 재배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toto@)

친환경 인증도 끝마쳤다. 한국남동발전과 경남과기대(현 경상국립대)가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실증사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한 토양에서 카드뮴과 수은 등 중금속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현재 시범사업과 실증연구 등이 진행 중인 곳은 77개소에 달한다.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더라도 기존 수확량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 교수팀 실증 결과 영대파, 밀, 배추 수확량은 모두 일반 농지 대비 80%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도 수확량은 일반 농지 대비 125%로 증가했다.

영농형 태양광의 활성화는 농가소득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21년 국내 전력 가격을 기준으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수익을 계산한 결과 100킬로와트(㎾) 규모의 발전소를 기준으로 연간 787만~1322만 원의 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면적의 벼농사 연간 농경 소득(240만 원)의 3~5배 이상에 달한다.

다양한 장점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에는 영농형 태양광과 같이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 허가 기간은 최장 8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수명이 약 25년 이상인 태양광발전소를 철거해야 한다. 농지 일시사용 기간을 23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오수영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태양은 어디에나 비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최근 대두하고 있는 에너지 안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위한 금융 지원책 등을 더욱 늘려 주민들의 편의와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농촌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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