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개국 8000만 고객 보유…한국 시장 눈독
가상자산 결제·원화 거래소 도입 준비 중
“한국은 잠재력 높은 시장, 웹3 생태계에 기여할 것”
“국가마다 고유의 독특한 면이 있고,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규제 당국이나 정부와 교류 협력해 본 경험이 있는 로컬 팀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한국에 굉장히 훌륭한 로컬 팀을 갖고 있다. 그 덕분에 한국에 잘 진출할 수 있었다”
에릭 안지아니(Eric Anziani) 크립토닷컴 사장 및 최고운영책임자(COO)는 4일 본지와 만나 한국 진출 과정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크립토닷컴은 전세계 90개국 8000만 명 고객을 보유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한국 가상자산사업자(VASP) 오케이비트와 전자금융업 사업자인 피앤링크를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시장 진출에 고전하는 다른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들과 달리, 크립토닷컴은 비교적 국내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화하는 규제 환경 속 원화 거래를 위한 은행 계약 등 실제 서비스 오픈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에릭 안지아니 사장은 한국 진출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크립토닷컴은 전 세계 규제 기관과 긍정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싱가포르는 물론 한국도 포함된다”면서 “이 모든 국가들에서 사업자 등록을 완료했다. 특히 네덜란드는 가상자산 사업자를 따기가 굉장히 어려운 국가임에도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고 말했다.
2022년 크립토닷컴의 사장 및 COO로 임명된 에릭 안지아니는 지난 16년간 금융 서비스, 결제, 핀테크 영역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6년 전 크립토닷컴에 합류 전에는 골드만삭스, 맥킨지, 페이팔 등 글로벌 금융·핀테크 기업을 거쳤다. 현재 싱가포르 핀테크협회의 웹3 위원회장을 맡아 현지 금융당국과도 소통하고 있다.
에릭 사장은 “규제 당국은 2022년에 있었던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싶어한다. 웹3 위원회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 마련 과정에서 업계를 대표해 의견을 전달하고, 싱가포르 통화청(MAS)등과 협력해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 안지아니 사장은 “오르내리는 가상자산 시장의 업황과 상관없이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면서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에릭 사장은 “한국이 굉장히 정교한 시장이며 기술도 발전해 있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이해도도 그 어떤 국가보다 높으며, 잠재력이 크다”고 평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명확한 가상자산 규제도 장점이다.
에릭 사장은 “비교적 명확한 규제는 크립토닷컴이 (잘 대응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규제 환경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다면 추후 (기업 문화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게 대단히 어렵다. 크립토닷컴은 처음부터 컴플라이언스와 보안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한 조치들을 조기에 도입을 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은 가상자산 법안 규제를 아직 마련해 나가고 있다. 지난 6월 국회 문턱을 넘은 이용자 보호법 중심의 1단계 법안은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구체적인 행위 규제를 담은 2단계 법안은 아직 논의 중이다.
크립토닷컴은 변화하는 제도에 맞춰 서비스를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결제 관련 서비스와 함께 국내에서 원화 거래소를 열기 위해 시중 은행과의 실명 계좌 계약도 준비하고 있다. 크립토닷컴은 글로벌 결제 서비스 기업인 비자와 손을 잡고, 직불 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크립토닷컴 지갑에 예치한 가상자산으로 전세계 비자 가맹점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에릭 사장은 “결제 서비스는 규제를 받기 마련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크립토 업체들이 은행과 계약 맺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희도 7년간 부단히 노력해왔다”면서 “물론 쉽지 않겠지만, 세계 여러 시장에서 해온 경험이 이으니 잘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릭 사장은 크립토닷컴의 진출이 한국 시장에 긍정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진입한다면 한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일이다. 경쟁 자체가 시장에 좋은 작용할 것”이라며 “F1, UFC 등 글로벌 파트너십과 함께 한국에 들어올 것이며, 국내 개발자가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면서, 한국 웹3 생태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