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유동성 급증에 힘받는 '속도조절론'

입력 2009-05-18 11:12수정 2009-05-1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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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팽창 속도 감안..당국이 조치 나서야

최근 단기 유동성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그 속도에 있어서는 과거 코스닥 버블 사태와 카드 버블이 발생했을 당시만큼 높은 수준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과잉유동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동성 조절을 위한 정책 대응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단기 유동성 급증과 관련된 이성태 총재의 코멘트는 "현 시점에서는 단기유동성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 금리 수준이 급격히 변하거나 경제 환경이 급격히 변할 때에는 이런 현상들이 수시로 나타날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또한 이 총재는 "단기유동성 증가율이 빨라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는 있다. 이것이 유동성에 관해서 논의를 하고 도달한 한은의 대체적인 공감대이다"라고 말했다.

일단 한은 총재는 단기 유동성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는 선에서 마무리했고 기준금리는 상당 기간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따라서 지난주 5월 금통위의 중요한 포인트는 금리 동결이 연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보다 단기유동성 급증이 본격적으로 한은 총재로부터 이슈화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이동돼야 한다.

물론, 이성태 총재가 언급한 대로 경기 급변기에는 높은 불확실성과 기준금리 인하는 맞물리면서 단기유동성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정도가 다소 심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 유동성과 관련해 대표적인 지표인 M1(협의통화)을 살펴보면 잘 알수 있다. M1의 전년비 증가율은 과거 고점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중이나 최근 14%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M1의 전분기대비 증가율 역시 연환산 기준으로 35%에 이르며 지난 2001년 수준에 도달했고 1999년 수준에는 약간 못 미치는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9년 코스닥 주가 버블, 2001년 카드 버블이 시작됐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단기 유동성은 국내 경제의 장기안정성장을 위해서라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단계에 다다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국내증시 흐름과 관련지어 바라보더라도 해당 버블이 발생했던 당시, 단기 유동성이 빠르게 팽창했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의 단기유동성의 급격한 팽창은 지난 3월 이후 국내증시의 랠리를 불러왔고 1998~99년, 2001~02년에 이어 세번째 주식시장의 유동성 랠리를 창출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M1이 빠르게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M2(광의통화)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고 M2에서 M1을 차감한 값은 더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광의통화에서 협의통화를 뺀 값의 추이가 줄어든다는 것은 시중 유동자금이 단기 저축으로 쏠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한은 총재는 단기 유동성과 중장기 유동성은 정책보다는 저축자들이 조절할 문제라며 현재 이곳에 머무는 자금은 투자에 대비한 '예비적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머무를 뿐 투자처가 점차 정해지면 해소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단기 유동성 증가는 상당히 빠른 속도지만 M1을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인 유동성 개념인 M2, Lf(금융기관 유동성)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현 시점을 과잉유동성 상태라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성태 총재의 발언은 현재의 양호한 유동성 여건에 대한 정책 개입이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신호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받아들였고 이 총재가 시장에 대한 배려에 나섰다며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강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단기 유동성 문제가 국내 금융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지난주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가 이슈화시킨 만큼, 한은이 그리 오래 동안 방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성태 총재 역시 단기 유동성 급증이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게다가 지표상으로도 M1의 전분기 대비 증가율이 상당히 가파른 모습을 띠고 있어 4~5월 중 지난 2001년 고점을 상회하게 될 상황임을 감안해하더라도 유동성 관련 시장의 '속도조절론'은 계속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장 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상황이고 금융안정이 정착될 때까지 현 유동성 수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나 향후 기업구조조정의 본격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 완화를 위한 노력 차원에서라도 자금의 단기화 부분은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장 연구위원은 "과잉유동성이 향후 자산가격 불안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경기가 기조적인 회복 움직임을 보이는 시점에서 효과적으로 유동성을 환수할 수 있는 계획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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