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전략적 모호성' 시급히 버려야

입력 2023-08-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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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성장 멈춘 中, 수출위기 한국
‘安美經中’ 레토릭으론 타개 못해
印등 대체시장 개발…충격 대비를

중국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흥망성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쳐온 나라다. 1972년 12월 덩샤오핑이 실용주의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후에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미국과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를 통해서 대규모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여 산업을 근대화했다.

 아시아 대륙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영토와 13억이 넘는 세계 최대 인구, 풍부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서방 선진국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하며 빠른 속도로 현대적인 산업국가로 변신해 왔다. 1990년대 1인당 국민소득 350달러에 불과하던 빈곤국가 중국이 30년 만에 1만3000달러의 G2로 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을 지원하며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 1990년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의 20분의 1에 불과한 중국에 2만 개가 넘는 한국기업이 투자하여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우리나라는 마치 잠에서 깨어나서 승천하는 용의 등에 올라타서 함께 하늘을 나는 형국이 되었다.

 중국의 초고속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이 중국을 믿을 만한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지원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을 비롯해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중국경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자신감을 얻은 시진핑의 중국은 2015년 전인대(全人大)에서 ‘중국제조2025’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위기의식을 높여 결국 미중 무역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전 세계 제조업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차세대정보기술과 제조업 결합을 통하여 스마트 제조업으로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제조업 강화에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가진 미국의 중국 견제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는 중국 수입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에 포문을 열었으며, 중국도 이에 맞대응했다. 미국은 중국의 화웨이, 텅쉰 등 첨단기업들이 미국의 기술을 무단사용한다는 이유로 전방위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을 통해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제한하고 있으며, 첨단 반도체 수출금지와 공급망의 탈중국 정책으로 일본, 한국을 포함한 주요 동맹국을 압박하고 있다.

 경제적 밀월관계를 유지하던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한국이 2017년에 북핵에 대비해 미국으로부터 사드를 도입·배치하자 중국이 반발하면서 한국기업에 대한 차별과 제재 등 한한령으로 차갑게 식었다. 그 영향으로 2018년까지 연간 400억∼50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내던 대중무역은 2022년 말에는 12억 달러로 축소되고, 구조적 무역적자로 전환됐다. 대중 무역흑자의 감소는 작년 우리나라가 477억 달러의 큰 무역적자를 내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30%에 육박하던 한국의 대중 무역비중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2년에는 수출 22.7%, 수입 21.1%를 차지했으며, 2023년에 들어서는 19%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년 7월까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작년 대비 26% 감소한 반면, 수입은 7.2% 감소해 144억 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총 무역적자 248억 달러의 58%가 대중 무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고도성장을 멈춘 중국이 글로벌 제재를 받으면서 경제위기가 임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중국경제가 침체하면 경제적 충격을 피할 수 없다. 그나마 유지되던 우리나라의 대중 반도체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6년5개월 만에 재개된 중국의 단체여행 등이 위축되면 우리 경제회복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핵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핵우산이 필요한 한국은 미국 수출시장에 의존하면서 인도 등 새로운 대체 시장을 개발해 충격 최소화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 더이상 전략적 모호성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를 오가며 안보와 경제를 분리대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안타까운 것은 G1과 G2가 90년 전에 겪었던 세계 대공황의 교훈을 까맣게 잊고 인류공영을 위한 자유무역의 길을 버리고 근시안적으로 자국 이익과 패권을 좇아 보호무역주의를 통한 공멸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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