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아느냐"에 "몰랐다"…이재명 재판서 '즉흥 답변' 공방

입력 2023-08-2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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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토대가 된 인터뷰 발언의 시작인 '김문기 씨를 아느냐'는 질문은 앵커가 생방송 중 즉흥적으로 물은 것이라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SBS 관계자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 변호인의 질문에 이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이 대표 측은 이를 토대로 '준비된 질문'이 아니므로 답변도 즉석에서 내놓은 것이라는 논지를 전개한 반면, 검찰은 예상 가능한 질문인 만큼 '준비된 답변'이라는 취지로 맞섰다. 재판 쟁점인 답변의 허위 사실 여부, 고의성 여부를 둘러싸고 양측이 충돌했다.

이 대표는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사망한 다음 날인 2021년 12월 22일 오후 생방송으로 진행된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했다. 방송에서 이 대표는 김 처장을 아느냐는 질문에 김 씨는 하위 직원이고 팀장이었다며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 "도지사가 돼서 재판받을 때 이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앵커는 '김문기 처장은 개인적으로 시장 재직 때 좀 아셨습니까? 아니면 어떻습니까?'라고 질문했다. 프로그램 제작을 총괄한 이 관계자는 "이 대표가 방송국에 도착한 후 작가가 전달한 대본에는 김 씨 사망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담겨 있었다"며 "앵커가 '김문기 씨를 시장 재직 때 아셨느냐'라고 물은 것은 대본에 없었다"고 했다.

이런 답변을 끌어낸 이 대표 측은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받아낸 2018년 토론회 관련 허위사실공표죄 판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이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TV 토론회는 준비된 연설과 달리 시간제한과 즉흥성 등으로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반면, 검찰은 이후 반대 신문에서 이 대표가 예상 답변을 준비했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방송 직전 당 차원에서 김 전 처장의 사망에 입장을 발표할 정도로 이슈화가 된 만큼 관련 답변을 준비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즉흥 질문에 대한 즉흥 답변이 아니며 질문이 설령 대본에 없었다고 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고의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기소 당시 이 대표가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을 말했다며 즉흥적 답변을 이유로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던 TV 토론 발언과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얘기를 한 것이므로 허위임을 인식하고도 발언을 이어간 고의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대선 당시 현장대변인을 맡았던 민주당 홍정민 의원 증인 신문에서 예상 답변을 준비했느냐고 물었지만, 홍 의원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당시 방송국에 동행한 홍 의원은 방송 직전 SBS 측으로부터 대본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저는 받지 않았고 제가 아는 한 후보님(이 대표)에게는 안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답변을 준비했는지에 관해선 정확한 기억이 없고, 즉흥 질문은 예상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이 대표도 직접 홍 의원에게 "대본을 받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해준 것을 본 기억이 있느냐"고 물었고 홍 의원은 "그런 기억이 따로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대표 수행비서로서 역시 방송국에 동행한 민주당 한준호 의원도 증인으로 출석해 대본을 받은 적이 없으며, 당시 밀착 수행해 이 대표에게 일어났던 상황을 자신이 모를 리 없다고 증언했다.

한편 역시 증인으로 나온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상반된 취지의 증언을 내놓았다. 이 도의원은 이 대표가 시장 시절 김 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을 "황당무계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남시의원 시절 대장동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이재명 저격수'라고도 불렸다.

그는 "이 대표가 '안면인식장애'라는 비판을 들었다고 하는데, 수년간 함께 근무한 김 전 처장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 소수'"라며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발언이 시의회 회의록에도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기소 당시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부터 김 처장과 인적 교류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 해외 출장 현지에서 김 씨와 함께 골프를 쳤고, 여러 차례 대면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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