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K콘텐츠 뿌리인 ‘지역 문화’ 소멸 심각하다”

입력 2023-08-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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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장

지방문화원이 소장한 원천자료 148만여건
디지털화 8만여건으로 진척률 6%대 그쳐
현 인력으론 전산작업 100년이상 걸릴 듯
글로벌시대 ‘제2‧3오겜’ 나올수 있게 해야

(이준호 기자 )

“우리나라 문화가 K컬처라고 불리며 세계를 주름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뿌리라고 볼 수 있는 지역문화는 소멸 위기에 처해있어요.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 선조들이 지사적(志士的)인 정신으로 지켜온 문화가 다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지역 문화인들의 허탈한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정말 슬픈 일 아닙니까?”

전국 231개의 지방문화원을 지원하는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장의말이다. 그는 문화 콘텐츠 산업이 일궈낸 눈부신 성과 뒤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지역문화다.

문화는 최근 수 년 사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부상했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24억5000만 달러(약 14조 3000억 원)를 넘어섰다. 2020년 119억2000만 달러 대비 4.4%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다.

글로벌 한류 열풍의 최선두에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뉴진스 등의 K팝이 있다.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콘텐츠 역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오스카 4관왕을 수상했고, 2021년 방영을 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94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지역 문화는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파악한 지방문화원 소장 원천 자료는 148만 여 건에 달한다. “1947년 강화문화원 설립 이래 민중 사이에서 들불처럼 퍼진 게 지방문화원입니다. 중앙단체인 한국문화원연합회는 15년 뒤인 1962년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자발적으로 지역 문화를 연구·수집·기록해 왔고, 콘텐츠 개발과 아카이빙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문화원연합회의 마음은 급하다. 먹고사는 기본 욕구를 해결하지 못했던 시절, 문화를 누리는 삶은 사치라고 여겨질 때부터 뜻이 맞는 이들끼리 지역 고유의 문화를 보존·전승하자며 하나, 둘 남긴 기록을 후세에 전달하기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기준, 디지털 작업을 마친 자료는 8만1000건에 불과하다. 6%대의 진척률이다.

“척박한 환경속에서 태동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원천 콘텐츠를 보전하고, 전산화해야 하는데 현 인력구조로는 1년에 1만 건 정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100년 이상 걸린다는 뜻입니다. ‘다 정리할 수 있을까’, ‘사라지지는 않을까’ 염려됩니다. 사실 저는 상당히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전산화를 위협하는 요소는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고령화라는 거대한 물결이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 세계 1위를 보이며 급속도로 나이 들고 있다. 고령사회(65세 이상인구 비율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로 가는데 독일은 30년 이상, 일본은 15년이 걸렸다. 한국은 2018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지 7년 만인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빠른 고령화 흐름은 지방을 소멸 위기로 내몰고 있다. 그 여파에서 지역 문화는 자유로울 수 없다.

“지역 소멸이 지방문화원의 큰 화두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 지역이 없어지면 그 지역의 문화도 함께 사라집니다. 그리고 문화는 한 번 사라지면 복구할 수 없습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1962년 출범한 한국문화원연합회는

60여년간 지역문화 보존‧전승 앞장… “지역다움 설계하고 새 비전 제시”

1962년 출범한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오랜 기간 지역 문화 진흥과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전국에 설립된 지방문화원의 건전한 운영과 사업 지도 및 육성을 지원하며 지역 문화와 나란히 걸어온 시간이 60여 년이다.

1970년대 연합회는 전통문화 사업과 정부시책 홍보, 향토 자료 발굴 보존, 지역축제 전담, 청소년 경로효친 사상 강연, 해외문화 교류 등 폭넓은 사업 추진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1980년대 들어 새로운 사업 추진과 함께 해외 선진지 견학과 자체 연수회를 통해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연합회는 1990년대 대전환기를 맞았다. 한국 문화 예술의 르네상스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 연합회는 기관지 발행을 비롯, 30주년 기념식 등의 주요 사업 추진의 지속성 있게 수행했다.

2000년대에는 지방 문화원과 함께 전통문화의 보존·전승에 더욱 집중했다. 2010년대부터는 전국권의 향토문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지원’ 자료조사와 아카이브 준비 사업은 2017년 첫 삽을 떴다. 미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연합회는 소외된 이들을 향한 문화 프로그램 개발과 특별 행사를 진행하여 문화 복지에도 앞장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연합회는 지역 문화의 핵심 가치와 위상을 ‘지역다움’으로 설계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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